우리는 뇌물성 돈봉투를 ‘촌지(寸志)’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촌지’는 ‘마음속에 지닌 자그마한 뜻’이기에 맞는 말이 아닙니다. 대신 ‘은밀한 목적을 위해 남몰래 꾹 찔러주는 돈’이란 뜻의 토박이말 ‘꾹돈’이라고 쓰면 좋을 것입니다. 학부모가 아이의 담임교사에게 또 납품업자가 구매담당자에게 수표 넣은 봉투를 준다면 이는 분명히 ‘촌지’가 아닌 ‘꾹돈’이 맞을 것입니다.
돈 가운데는 ‘젓가락돈’도 있습니다. ‘젓가락돈’은 옛날 기생들이 놀음차(화대:花代)로 받던 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 양반들이 기생에게 놀음차를 줄 때 돈을 젓가락으로 집어 주었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역시 놀음차를 주던 양반들도 돈을 더러운 것으로 여겼는가 봅니다. 요즘은 돈을 젓가락으로 주지는 않지만 ‘팁(tip)’이란 걸 주기도 합니다. ‘팁’은 영어입니다. 그래서 ‘팁’ 대신에 우리말 ‘젓가락돈’이라고 부르면 좋겠습니다.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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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128. 조선에 처음 들어온 사진 (2004/11/03)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문집인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복암이 일찍이 선중씨의 집에 칠실파려안을 설치하고, 거기에 비친 거꾸로 된 그림자를 취하여 화상을 그리게 했다. 공은 뜰에 놓은 의자에 해를 마주하고 앉았다. 털끝 하나만 움직여도 초상을 그릴 길이 없는데, 흙으로 만든 사람처럼 굳은 채 오래도록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선에 사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정약용 등 실학자들이 현대 사진기의 전신인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 바늘구멍상자)를 ‘칠실파려안’이라 이름 붙이고 연구했던 때로 봅니다. 여기에서 ‘칠실(漆室)’은 ?‘매우 캄캄한 방’, ‘파려(玻瓈)’는 ‘유리’, ‘안(眼)’은 ‘보다’로 '캄캄한 방에서 유리렌즈를 통해서 본다'라는 뜻인데 이 기구는 바늘구멍상자의 유리에 비친 화상에 종이를 대고 그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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