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학자 남영 조식은 퇴계 이황에 견줄만한 대학자였습니다. 그는 벼슬을 거부하고 평생 처사로 지냈지만 명종임금과 대비 문정왕후 비판 상소를 올리고 대학자 퇴계를 비판할 정도로 꿋꿋한 인물이었습니다. 실천하는 선비정신을 가르쳐 제자 중에는 곽재우, 정인홍, 김면 등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 많았습니다. 그는 지리산 기슭으로 들어가 산천재(山天齋)를 지어 죽을 때까지 그곳에 머물며 강학(講學)에 힘썼지요.
조식은 “요즘 학자들이 인성과 천명을 말하나 실행이 부족한데 이것은 마치 시장을 지날 때 진기한 보물을 보고 비싼 값만 따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를 버리고 천지자연의 이치를 논하는 것은 한갓 입에 발린 이치이며, 자신을 반성하여 실천에 힘쓰지 않고 견문과 지식이 많은 것은 바로 입과 귀로만 하는 학문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시대에 그의 가르침은 두고두고 새겨야 할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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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134. “시내 남쪽에 달 걸렸네요” (2004/11/09)
조선의 큰 문학자 송강 정철은 다음과 같이 <한밤중 산 속의 절에서(山寺夜吟)>라는 노래를 합니다.
蕭蕭落木聲(소소락목성):쓸쓸히 나뭇잎 지는 소리를 /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 /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스님 불러 문 나가서 보라 했더니 /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
나뭇잎 지는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하여 동자승에게 나가보라고 했는데 밖에 나가본 동자승은 “시내 남쪽 나무에 달이 걸렸네요.”라고 대답합니다. 동자승의 말이 참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렇게 가을은 깊어 갑니다. 아니 벌써 입동이 지나고 겨울이 성큼 다가섭니다. 계절이 바뀌는 소리가 들립니까? 바쁜 세월을 살고 있지만 붉게 물든 산세도 돌아보고, 고통 속에 떠는 주변도 돌아볼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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