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에서 왕비나 후궁이 임신을 하면 그 처소는 늘 조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궁중 악사들은 처소 주변에서 가야금과 거문고를 연주했는데 이때 피리 연주는 임산부의 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하여 피했지요. 임산부는 마음가짐과 함께 몸가짐도 특별히 신경 썼습니다. 머리와 피부는 동백기름·꿀·살구씨·달걀 등으로 가꿨고, 얼굴을 씻을 때는 비누 대신 팥·녹두·콩을 가루로 만들어 썼지요.
일곱 달째 들어서면 고기는 피하고 아침 식전에 순두부를 먹었으며, 각종 채소는 물론 김·미역·새우·흰살 생선 등 해산물을 주로 먹었습니다. 이때 옆으로 걷는 게와 뼈가 없는 문어는 피했다고 합니다. 특별영양식은 용봉탕(龍鳳湯)이었는데 용봉은 상상의 동물인 용과 봉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잉어·오골계·쇠고기·전복 · 해삼이 재료로 쓰였습니다. 특히 잉어는 “임금의 물고기”라고 하여 왕자를 낳아야 하는 임산부는 꼭 먹어야 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스물세 번째 절기인 소한으로 추위가 매서운 때입니다. 옛사람들은 소한 때의 초후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돌아가고, 중후에는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며, 말후에는 꿩이 운다고 합니다. 절기의 이름으로 보면 대한(大寒) 이 가장 춥겠지만 실제로는 소한 즈음이 1년 중 가장 추운데 이는 절기의 기준을 중국에서 만든 때문이지요. 그래서 "대한이 소한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철에 따라 가을에 추수한 쌀을 겨울에, 봄에 수확한 보리를 여름에 먹습니다. 그렇게 먹는 다른 까닭은 따가운 땡볕 속에 영근 쌀이 양기가 많은 식품이어서 음기가 가득한 엄동설한에 좋은 식품이며, 한여름엔 추운 눈밭에서 자란 보리에게서 모자라는 음기를 덧보태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먹거리에도 음양의 조화를 생각하는 슬기로움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