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한자말에 “갈등(葛藤)”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라고 풀이합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명으로 1437년(세종 19) 에 펴낸 한자 자전 ≪운부군옥(韻府群玉)≫에 “말에 갈등이 있다. [話葛藤]”라고 하여 세상에서는 “아주 크게 어긋나는 일을 이른다.”라고 말합니다.
또 조선 후기 학자 조재삼의 책 ≪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전설에서 ‘백두산 위에 칡 한 뿌리가 자라는데, 중국 쪽으로 퍼져 나가는 것은 등(藤)이 되고, 우리나라 쪽으로 향하는 것은 칡이 되니, 본래 같은 뿌리지만 각각 다른 식물이 된다.’라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여러 가지 내용을 같이 생각하면 “갈등”이라는 낱말의 의미가 한결 가깝게 다가옵니다.
참고 : ≪교감국역 송남잡지(松南雜識)≫, 조재삼, 강민구 옮김, 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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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1145. 소나무는 복숭아꽃과 화려함을 다투지 않는다 2007/09/29
“고고한 늙은 학은 비록 굶주려도 물을 마시고 먹이를 쪼는 거동이 여유롭고 우아하여, 닭이나 오리 따위들과 같이 먹이를 다투지 아니하며, 세속에 물들지 않고 초연한 소나무는 비록 늙은 나무가 되어도 아름다운 자태와 청결한 모양이 변하지 않으니, 어찌 복숭아꽃이나 흰 자두꽃과 화려하고 찬란한 고움을 다투겠는가?”
이 글은 만해 한용운 선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가르침입니다. 한용운은 3∙1운동 때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33인 중 하나인데 유일하게 변절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일제에 대한 저항의 뜻으로 집을 조선총독부 반대 방향인 북향으로 지었고, 식량 배급도 거부했습니다. 또 ‘님의 침묵’ 등을 발표한 문학인이기도 합니다. 한용운은 이 글을 통해서 기개가 높고 도량이 넓은 대장부와 뜻이 곧고 의지가 굳은 남자는 구구한 영화나 행복과 이익을 지푸라기처럼 보아 부귀영화를 추종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참고 :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 림효림 옮김, 바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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