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은 원래 한성의 춘추관과 충주, 전주, 성주 4곳으로 나뉘어 보관했었습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춘추관, 충주, 성주 사고는 모두 없어져 버렸습니다. 다행히 전주사고본의 책들은 사고 참봉(參奉)인 오희길과 전주 유생인 손홍록, 안의 등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내장산의 깊은 동굴까지 옮겨지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보존될 수 있었지요.
그 뒤 춘추관을 뺀 다른 사고는 높고 가파른 산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강화도 마니산사고, 영변 묘향산사고, 봉화 태백산사고, 평창 오대산사고가 그것입니다. 그중 병자호란 등의 탓에 묘향산사고는 전라도 무주 적상산사고로, 마니산사고는 가까운 정족산사고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일제강점기 때 동경제대로 빼내간 오대산본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대부분 없어졌고 겨우 74책 중 27책이 2006년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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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1018. 향초를 태우면 그 향기가 아름답다 2007/04/28
“향초를 태우면 그 향기가 아름답고, 누린내 나는 풀을 태우면 그 냄새가 고약하다. (火之焚於薰者 其香美, 焚於蕕者 其臭惡)” 이는 조선 중기의 문신 최유지의 글 ‘노화설 (爐火說)’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향(香)’이란 글자는 벼 화(禾)자에 날 일(日)자를 하고 있어서 향은 벼가 익어가는 냄새를 말합니다. 하지만, 옛 문헌을 보면 기장 서(黍)자 아래 달 감(甘)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장을 발효시킬 때 단맛이 나고 이것이 바로 향기의 원천이 된다는 뜻일 겁니다.
이 이야기들을 아울러 생각하면, 사람은 내면이 익어 발효될 때 아름다운 향기가 나온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요? 수양을 쌓고, 책을 읽어 교양을 담아가면 그 사람의 내면은 익어갈 것입니다. 그 내면을 태울 때 그윽하고 아름다운 향기는 주변을 밝히고, 많은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