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복(太僕, 궁중의 수레와 말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의 우유죽은 임금께 올리는 것인데, 낙부(酪夫, 우유를 짜는 일을 맡은 이)가 그릇을 들고 가서 그 집에서 끓이기를 어전임금께 올리는 것처럼 하며, 자녀와 첩 그리고 종들도 싫증이 나도록 먹었다."
이 내용은 1545년에 일어났던 을사사화(乙巳士禍)에서 화를 입은 여러 사람의 전기를 모은 책인 ≪을사전문록(乙巳傳聞錄)≫에 기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명종이 임금이었던 시절 큰 권력을 가졌던 영의정 윤원형은 임금이 즐겨 먹는 우유죽을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가 탄핵의 대상이 되어 귀향을 당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고종 1년(1901)에는 임금이 마실 우유죽의 원료인 우유를 제때에 구하지 못한다고 담당자가 파면당할 뻔 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우유는 조선시대 임금이 보양식으로나 마실 정도로 아주 귀한 것이었지요.
===========================================================================
(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372. 조선의 요리서, 수문사설을 아시나요? 2005/07/06
조선시대에 나온 요리서가 있습니다. 조선 중기의 역관 이표(李杓, 이시필 설도 있음) 라는 사람이 쓴 ‘수문사설(謏聞事說)’입니다. 전체 내용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한 것인데 여기에 식치방(조리편)을 더했습니다.
특히 이 수문사설의 식치방이 돋보이는 것은 중국의 조리서를 인용하지 않고, 당시 솜씨있는 여러 요리사의 비법을 수록한 것입니다. 박이돌(朴二乭)의 우병(芋餠), 돌이와 학득(學得)의 황자계혼돈, 민계순의 종 차순의 붕어증 따위의 특이한 조리법을 소개합니다. 또 지방 특산물인 순창고추장, 송도식혜 등과 지은이가 실제로 경험한 외국 조리법인 북경의 계단탕(鷄蛋湯), 일본의 생선묵과 비슷한 가마보곶(可麻甫串)의 요리법도 수록하였습니다. 수문사설의 식치방을 읽으면 전통음식의 본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시립종로도서관에 필사본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