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부하는 자들을 보건대 손으로 물 뿌리고 빗자루질하는 예절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천 리를 말하여, 헛된 이름이나 훔쳐서 남들을 속이려 합니다. 퇴계선생 같은 어른이 꾸짖어 그만두게 하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억제하고 타이르심이 어떻습니까?”
위 글은 퇴계 이황과 함께 16세기 영남학파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남명 조식 (1501~1572)의 ≪남명집≫ “퇴계에게 드리는 편지”에 나오는 것입니다. 이 편지는 당시 퇴계와 고봉 기대승 등에 의해 주도되고 있었던 성리학 이론논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보낸 남명의 충고편지입니다. 남명은 수양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극복해 가는 실천적인 선비 학자였다는 평가입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정인홍, 곽재우, 김면 등 남명 문하에서 최대의 의병장이 배출된 것은 남명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주는 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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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328. 음양이 없으면 세상이 없습니다 2005/05/23
태초에 음과 양의 두 기운이 갈라져 가볍고 맑은 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무겁고 탁한 기운은 아래로 가라앉아 땅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자는 양이며 하늘이고, 여자는 음이며 땅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해야 한다며 ‘남존여비사상’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땅이 없으면 하늘이 없는 것이고, 차가움이 없으면 따뜻함도 없으며, 어두움이 없으면 밝음도 없는 것입니다. 한국의 지성으로 불리는 리영희 교수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습니다. 좌, 우 한쪽 날개만으로 날지 못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세상에 남자만 있다면 얼마나 살벌하고 재미없는 삶이 될까요? 모든 것은 상대적이어서 양의 기운이 좋다고 음이 없어져서는 안 되며,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살기 좋은 세상인 것입니다. 음양의 조화는 이 세상을 한층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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