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시대에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나라에서 임명한 사관의 고유 임무였습니다. 그러나 문인이나 학자들도 세상이 걱정스러우면 나름대로 역사를 기록했지요. 이렇게 사관이 아닌 재야문인이 기록한 것을 야사(野史)라고 합니다. 그에는 황현이 쓴 ≪매천야록(梅泉野錄)≫, 김윤식의 ≪음청사(陰晴史)≫와 ≪속음청사(續陰晴史)≫, 정교의 ≪대한계년사(大韓季年史)≫ 따위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책이 ≪매천야록(梅泉野錄)≫으로 사물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그러나 때로 작가에게도 왜곡의 시선은 있는 법인지 황현은 동학을 도적이라 표현했고, 처음에는 의병도 부정적으로 보는 등 한계를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그는 자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시에서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만 하구나. (難作人間識字人)”라고 탄식했습니다. 한 재야문인의 독백 속에서 고뇌를 엿보게 됩니다.
참고 : ≪매천야록≫, 황현 지음, 허경진 옮김, 서해문집,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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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459. 뒷짐 지고 하늘 바라보기 2005/09/30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사망원인을 보면 사망자의 5%가 당뇨병이며, 그 비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당뇨 때문에 죽는 사람이 늘어나는 까닭을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현대인의 바쁜 생활습관이 당뇨병의 중요한 원인이다.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할 수 없는데다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등 식사습관의 변화, 운동부족, 업무나 생활 속에서의 스트레스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산업화 이후 ‘빨리빨리병’이 도져 무엇이든 빨리해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느린 것은 따돌림받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나는 조선 선비들처럼 뒷짐 지고 하늘을 보기를 권합니다. 바쁜 세상에 느긋하게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잠시 틈을 내 자연을 바라보며, 세속에서 찌든 때를 씻어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하는 것입니다. 패스트푸드 대신 슬로우푸드 곧 지역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음식이 돋보이는 느림의 미학을 상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