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골에서 아름다운 사립문을 봅니다. 사립문은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는 나뭇가지를 베어다 대충 엮어서 세운 문이지요. 사립, 사립짝문, 시문(柴門), 시비(柴扉)라고도 부릅니다. 이 사립문은 문이라 하기도 그렇지요. 그저 이 안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표시에 불과한 것이며, 도둑을 막거나 남을 경계한다는 뜻은 애초에 없습니다.
사립문은 안과 바깥 세계의 경계가 불분명한, 그래서 그 사립문 너머 그 집의 마루와 안방까지도 다 들여다 볼 수 있지요. 또 사립문은 헤어짐과 만남의 경계선으로 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 눈물을 서로 씻어주고 닦아줄 수 있는 거리일 뿐입니다. “그는 금방이라도 그의 집에서도 통곡 소리가 터져 나올 것만 같아 괜히 마음이 바짝 죄어들어 사립문 안으로 들어서기가 두려웠다." 문순태 작가는 <타오르는 강>에서 사립문을 밀치고 들어가기가 두렵다고 했습니다. 밀치고 들어가면 그만인 게 문이지만 철대문과 달리 사립문은 또 다른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정겨운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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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504. 두 뿌리 한 몸 소나무를 아시나요? 2005/11/15
충북 괴산군 청천면 두우봉 기슭에는 '두 뿌리 한 몸' 소나무가 있습니다. 이 소나무는 서로 다른 뿌리에서 자라난 두 나무가 높이 3m 쯤에서 합쳐져 한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부지방산림관리청 보호수 1997-5호로 높이 15m, 둘레 1m 정도입니다.
이는 흔히 말하는 "연리목"입니다. "연리(連理)"라는 현상은 가까이서 자라는 두 나무가 서로 합쳐지는 것을 말하는데 뿌리가 붙으면 "연리근(連理根)", 줄기가 붙으면 "연리목(連理木)", 가지가 붙으면 "연리지(連理枝)"라고 부릅니다. 나무에도 감정이 있다는 논리로 사람들은 "연리지"를 연인의 사랑에, "연리목"을 부부의 사랑에 비유하며, "연리근"은 부모의 사랑에 견줄 만하다고 하지요. 서울 광진구 아차산에도 연리지가 있으며 영동 백화산에서는 지난해 굴참나무와 단풍나무 뿌리가 이어진 연리근이 발견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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