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친구도 없이 오로지 옛 한복과 더불어 살아온 고 석주선(1911~1996, 전 단국대 석주선기념민속박물관장) 선생은 다이아몬드를 팔아 헌옷을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돌았다고 걱정하기까지 했다고 하지요. 선생은 생전에 방에 큰 거울을 놓고 그렇게 사들인 헌옷을 정성스럽게 손질한 뒤 꼭 옷을 입어보는 버릇이 있었답니다. 옷을 입어보며 그 옷의 주인이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일생을 살았을까 생각하곤 했다고 하지요.
선생은 쌀알 크기만 한 바늘땀으로 누빈 여인의 누비저고리를 아름다운 한복의 백미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선생은 마음이 아플 때마다 골무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무려 1,015개나 되었다고 하지요. 그렇게 아름답고 치열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한복 연구의 권위자로 인정받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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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980. 팔진미의 주인, 된장의 5덕 2007/03/16
예부터 우리 겨레는 된장의 맛을 극찬하여 5가지 덕으로 비유했습니다. 먼저, 단심(丹心)은 나물을 무치거나, 국을 끓일 때도 그 맛이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항심(恒心)으로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된장은 묵을수록 좋다는 말도 같은 것이지요. 세 번째는 불심(佛心)은 기름진 냄새를 없애주는 성질이며, 네 번째는 선심(善心)으로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또 다섯 번째 화심(和心)은 어떤 음식과도 잘 조화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된장을 가리켜 음식 맛을 낼 때 가장 으뜸이 되는 팔진미(八珍味)의 주인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사람과 비유하면 단심은 인간의 본성, 항심은 진정한 우정, 불심은 예의와 도덕을 갖춘 마음씨, 선심은 남을 교화하는 것, 화심은 적이 없고 남에게 미움을 사지 않은 인간관계를 뜻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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