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살아있음을 확인하려고 여행을 떠난다 했고 어떤 이는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떠난다고 했으며, 누군가는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나러 떠난다고 했다던가요? 어쨌거나 여행은 삶 속의 기쁨이므로 우리는 여행을 떠납니다. 나는 제주도 여행의 한 길목에서 참으로 감동적인 삶을 산 “제주민속박물관” 74살의 진성기 관장님을 만났습니다.
제주도 토박이로 제주 땅에 내려오는 많은 설화를 모았고 사라져 가는 토박이 말을 정리했으며 발길에 차이는 돌과 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풀조차 모두 그의 손에 닿으면 전설집이요 민속품이었지요. 그는 1964년 한국 최초로 사립박물관 “제주민속박물관”을 개관한 이래 현재 수집한 민속품이 무려 1만 점이 넘습니다. 그가 수집한 수집품 속에는 고려시대 "해시계”, 무속악기 “울쇠”, 조개껍데기를 이용한 등잔 받침(등판)은 물론 해녀들이 쓰던 물건들과 각종 제주도 특유의 민속품 등이 그득합니다. 또 박물관 뜰에는 지난 세월 제주인들이 민간신앙으로 모셔오던 오묘한 갖가지 얼굴 모습을 한 “무신궁”을 모아 놓았지요. 진 관장님은 이렇게 청춘을 불사르고도 아직도 모자란 열정으로 박물관을 지키고 계십니다.
윷판에는 ‘종정도(從政圖)’ 또는 ‘승경도(陞卿圖)’라고 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 도판은 큼직한 종이에 종9품부터 영의정까지 내외직의 모든 관직 곧 참봉 만호 같은 하위직에서 판서 대제학 병사 수사 등 고위직을 망라하여 문관 무관을 구별치 않고 적은 것입니다.
처음 출발할 때 도나 개가 나오면 좋지 않은 벼슬을 받게 되며 윷이나 모가 나오면 좋은 자리를 받습니다. 벼슬살이를 계속하는 동안 좋은 말밭을 걷게 되면 고속 승진이 보장되어 영의정의 자리를 누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나쁜 말밭을 걷게 되면 유배를 가기도 하고 파직을 당하기도 하면서 변변치 못한 잔반의 길을 걷기도 합니다. 또 낮은 등급으로 내려앉거나 사약을 받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종정도를 이용해 윷놀이를 벌이면서 모든 관직을 외우게 되고 관직생활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수양 정신을 되새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