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막바지인 1940년 조선총독부는 조선 사람들에게 창씨개명을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성씨를 버린다는 것은 조상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곳곳에서 죽음으로 항거했고, 더러는 이상한 이름으로 개명해서 일본 관헌들을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태분창위(太糞倉衛)” 곧 “이누쿠소구라”로 “개 같은 놈 똥이나 먹어라.”도 있었다고 하며, 전병하라는 사람은 성에 한 자만 보태어 “전농병하 (田農丙下)”로 했는데 일본 발음으로 "덴노헤이카“ 곧 ”천황폐하“가 되었다는 얘기도 전합니다.
그러나 친일파로 꼽히는 이광수는 “가야마 미츠로(香山光郞)”로 짓고는 <매일신보> 칼럼에 “황공하고도 위대하신 천황폐하의 이름과 읽는 법이 같은 씨명을 가지려고 그렇게 지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을사 5적”의 하나인 송병준은 “나에게 조선 풍속 습관이 어울리지 않고, 조선 이름은 촌티가 난다.”라며 “노다 헤이지로”라고 바꾼 이름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불놀이” 시인 주요한의 창씨명은 “마쓰무라 고이치”인데 여기서 “고이치”란 일본 천황제 파시즘 핵심사상으로 태평양 전쟁 시기 일본이 세계정복을 위한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합리화하려고 내세운 구호인 “팔굉일우(八紘一宇)”에서 따왔다고 하지요.
참고 :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김태수, 황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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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677. 우리말에 억지로 한자를 꿰맞추는 사전들 2006/05/10
북한 <조선말대사전>에 ‘부실하다’를 우리말로 다루어 “①다부지지 못하다 ②정신이나 행동이 모자라다 ③실속이 없다 ④충분하지 못하다 ⑤넉넉지 못하다 ⑥미덥지 못하다”처럼 풀어 놓았는데 남한 사전들은 이 ‘부실하다’에 말밑으로 不實을 붙여 놓았습니다. 그러나 ‘부실하다’와 不實은 다른 말입니다. '부실하다’는 ‘튼실하다’의 상대말이고, ‘불실(不實)’은 ‘결실(結實)‘의 상대말로 ’불실과(不實果)‘에나 쓰입니다.
우리말 어원연구 전문가인 정재도 선생은 위와 같은 예를 듭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안타까움을 털어놓습니다. “우리 사전들에는 우리말에다가 당치도 않은 한자를 붙여 놓은 것이 많습니다. 우리말이 없었다는 생각에서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데 우리는 한자 없이도 우리말을 쓰는 겨레입니다. 우리말이 한자 때문에 없어진 것이 많은데 남아있는 우리말은 한자말로 둔갑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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