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찾으려고 조선일보 1960년치를 뒤졌더니 온통 한자투성이였습니다. 일반 정치, 사회면은 물론 광 고 면까지 한국 신문이라고 하지 못할 만큼 한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광 고 면은 영화 광 고 천지였는데 그것들도 물론 한자로 도배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것은 킷쓰로 始作했다.”라는 영화 광 고 내용을 보면 “情熱的인 長時間킷스나 가벼운킷스를 不問하고 입과 입이 交錯된 것을 1回로 셈함. 主役킷스와 助演陣킷스를 모두 셈해야 됨.”이라고 되어 있어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되어있지요.
2009년 신문은 이제 한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한글전용이 되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요. 예전 한 단체가 한자를 평소에도 써야 한다고 외쳐댔지만, 이제 한글로 쓰는 것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제나라 문자가 있으면서 아직도 남의
나라 문자를 즐겨써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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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792. 오늘은 백로, 포도지정을 잊지 말아야 2006/09/08
오늘 9월 8일은 24절기의 열다섯 번째 백로(白露)입니다. 이때쯤이면 밤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뚜렷해집니다. 옛 편지 첫머리를 보면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만강하시고...' 하는 구절을 잘 썼는데, 백로에서 추석까지를 포도순절이라 합니다.
그 해 첫 포도를 따면 사당에 먼저 고한 다음 그 집 맏며느리가 한 송이를 통째로 먹어야 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주렁주렁 달린 포도알은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의미인데 조선 백자에 포도 무늬가 많은 것도 역시 같은 뜻입니다. 어떤 어른들은 처녀가 포도를 먹고 있으면 망측하다고 호통을 치는 분이 있는데 바로 이 때문이지요.
부모에게 배은망덕한 행위를 했을 때 ‘포도지정(葡萄之情)’을 잊었다고 합니다. ‘포도의 정’이란 어릴 때 어머니가 포도를 한 알, 한 알 입에 넣어 껍데기와 씨를 가려낸 다음 입으로 먹여주던 그 정을 일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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