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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이 들어오는 문(?)

세상보기---------/마음대로 쓰기

by 자청비 2010. 3. 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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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의 풍도(馮道)라는 사람은 당나라가 망하고 송나라가 들어서기 전인 오대(五代)시절에 무려 다섯 왕조에 열한 명의 천자를 잇따라 섬기면서 도탄에 빠진 백성을 위해 일했던 이름난 재상이다. 그는 어지러운 시대를 살면서 말의 위력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는 혀(舌)를 가지고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고/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口是禍之門 / 舌是斬身刀 / 閉口深藏舌 / 安身處處宇).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속담에 '세 치 혓바닥이 몸을 베는 칼' 이라는 말이 있다. 혀의 길이는 세 치에 불과 하지만 혀를 잘못 놀려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혀를 잘 놀리면 말 한 마디로 천냥빚을 갚기도 하지만, 잘못 놀리면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 탑도 하루 아침에 무너뜨린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 많은 세상이다. 갑론을박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말이 많고 갑론을박하는 그 자체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치열한 토론은 바람직한 결론을 내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학문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된다. 문제는 상대방을 전혀 생각치 않고 자기 과시나 자기 주장만 내뱉는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언행이다. 게다가 '방송사 사장에 대한 인사 개입, 여성 비하, 견해가 다른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좌파 색칠과 축출 요구' 등의 시대착오적인 발언들도 수시로 튀어나온다. 국가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지도자의 부적절한 언행은 결국 정치적 불신만 가중시켜 사회 통합-정치지도자들이 항상 강조하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그같은 발언들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어떤 의도가 있거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백성들은 고위층의 일거수 일투족을 언젠가는 모두 알게 된다'고 했다. 세상엔 영원한 비밀이 없는 만큼 언감생심 백성을 속일 생각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궤변이나 허언(虛言) 등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가리려 해서도 안 된다. 지도자의 언행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사족을 덧붙여본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말의 성찬은 조그마한 동네에서도 넘쳐난다. 으레 이맘때쯤이면 '공약(公約)인가. 공약(空約)인가' 라는 말이 나온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말의 비행은 더욱 극심해진다. 넘쳐나는 말(言)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제대로 된 선량을 뽑지 못할 때 그들이 보여주는 오만함은 결국 유권자들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0.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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