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베르크( Arnold Schonberg,1874-1951)의 바르샤바의 생존자 (A survivor from Warsaw) Op.46
이 곡은 쿠세비츠키의 음악기금을 위해 1947년에 씌여졌으며 그의 부인에게 바쳐졌다. 해설자와 관현악 대편성 그리고 유니즌(unison;같은 선율을 동시에 부르는 것)으로 부르는 남성 합창으로 이루어졌다. 제2 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나치가 저지른 많은 잔학 행위가 폭로 되어 세계의 분노를 샀다. 그 중에서도 유태인에 대한 박해는 가장 비인도적이었다. 쇤베르크는 유태인이었으나 나치정권 초기에 미국으로 망명해서 실제적인 체험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조카가 나치에 살해되었기 때문에 유태인의 학살에 대한 분노를 어떤 형태든 나타내고자 생각했을 것이다.
이 곡의 가사는 쇤베르크 자신이 쓴 것으로 바르샤바의 유태인 수용소에서의 유태인 학살을 취급하고 있다. 실제로 그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를 기초로 한 것이다. 최후에 학살되어 가는 유태인이 일제히 헤브류 성가를 부르는 부분은 커다란 감명을 불러일으키는데 여기서 유니즌의 남성 합창이 헤브류어로 불리워진다. 이 곡은 완전한 12음기법으로 작곡되었다.
가사내용; 바르샤바 하수도를 도망쳐 나와 살아 남은 한 사람의 회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태인들은 독일 상사의 명령으로 일렬로 선다. 아무것도 모르고 모인 그들은 독일 병사에게 얻어맞고 쓰러진다. 이렇게 맞고도 살아남은 유태인들은 가스실로 보내지는데 그 행진 한 가운데 모든 사람들이 성가 <세마. 이스라엘>을 부른다.
<전문>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 /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무의식상태에 있었어야만 했다. / 나는 단지 엄청난 순간만을 기억한다. / 그들 모두가 약속이나 했듯이 노래를 불렀던 순간을- / 그렇게도 오랜 세월동안 무시해왔던 오래된 기도들- / 잊혀졌던 교리들- / 그러나 나는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그렇게 / 오랫동안 바르샤바 하수구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지하에 있었는지
그 날은 평상시처럼 시작했다 ;여전히 어두웠다. / 일어나라! / 잠을 잤었던지, 밤새 걱정으로 깨어있었던지 간에 / 사람들은 자식들과, 아내들과, 부모들과 격리되었다. / 사람들은 모른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 어떻게 잠을 잘 수 있었는지..
트럼펫 소리가 다시 울렸다- 일어나라! / 상사는 난폭해질 것이다! / 그들은 나갔다; 몇 몇은 아주 천천히; 늙은이들, 병든 이들, / 몇몇은 병적인 민첩성으로 (나갔다) / 그들은 상사를 두려워한다. / 그들은 할 수 있는 한 빨리 서두른다. / 헛수고다! 더욱 더 소란스럽고, 더욱 더 동요하고, / 그래서 더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 / 상사가 소리쳤다; “주목!” , “조용히!” / “준비 됐느냐? 아니면 너희들은 나의 총 개머리판의 도움이 필요하냐? / “좋아, 너희들이 진정 그것을 원한다면! /
상사와 그의 부하들은 모든 사람들을 때렸다; / 젊은이 건 늙은이 건, 건강한 사람이건 병든 사람이건, / 죄가 있건 없건 / 그들이 내는 신음소리를 듣는 것은 고통이었다. / 너무 세게 맞아서 쓰러지지 않을 수 없었지만 나는 그것을 들을 수 있었다. / 우리 모두 땅바닥에 쓰러졌다 머리를 맞아서 서 있을 수가 / 없었다.
나는 무의식 상태에 있었다. 다음 순간 한 군인이 말하는 /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 그래서 상사가 우리를 모두 처치하라고 명령했다. / 그곳에서 나는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절반은 무의식 상태로 / 그것은 여전히 공포와 고통이었다. /
그 때 나는 상사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 “수를 세어봐라” / 그들은 천천히 불규칙적으로 세기 시작했다. / “하나, 둘, 셋, 넷” “주목해라!” 상사가 다시 소리 질렀다. / “출발하라! 즉시 나는 몇 명이나 가스실로 옮겨지는지 알고 / 싶다” “수를 세라” / 그들은 다시 천천히 수를 세기 시작했다. / “하나, 둘, 셋, 넷” 점점 더 빨라졌다. / 너무 빨라서 야생마들이 놀라 우르르 도망치는 것 같은 소리로 들렸다. / 그러다 갑자기 그 한가운데서 그들은 세마 이스라엘(Shema Israel)을 / 부르기 시작했다.
나치 만행에 대한 쇤베르크의 분노
외침소리·독백·분노 등 현대적 성악기법으로 고발
<신상호 교수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12
전북일보
본인은 혁신적이지 않다고 하지만 20세기 음악에 가장 큰 혁신적 영향을 준 음악가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onberg. 1874-1951)! 시대의 현상을 외면한 예술이 예술로서의 의미가 있을까? 당 시대 현상을 외면한 예술은 공감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예술은 속해있는 사회에 참상이 있으면 그 참상을 예술에 용해하여 표현함으로써 더 생생한 생명을 갖게 되는 것이다. 쇤베르크의 작품 46 <바르샤바로부터의 생존 A Survivor from Warsaw>이 그 한 예이다. 이 작품은 히틀러 나치 정권의 바르샤바 유대인 독개스 학살 만행을 음악으로 생생하게 표현해놓은 음악이다.
20세기 음악의 혁신인 12음음악 창안자 쇤베르크는 빈(비엔나)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나치의 유대인 핍박을 피해 베를린으로 갔을 때는 루터교로 개종했었고 프랑스로 가서는 다시 유대주의로 개종, 끝내는 미국에 망명하여 UCLA대학 교수로 삶을 산 음악가이다. 쇤베르크는 20세기 음악의 창작 화두가 된 탈-조성(Post Tonal)을 해결하기 위해 12반음이 다 똑같이 중요성을 가지는 12음음악을 창안하였다. '음악은 새로움을 추구해야 가치가 있으며 그 새로움은 진정한 새로움이어야 한다'며 조성에서 벗어난 무조음악의 통일성을 얻기위한 방편으로 12음기법을 창안한 것이다. 쇤베르크는 자신도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들의 계승자라고 주장하지만 음악사적으로 볼 때 그는 클래식 음악의 흐름을 새로운 방향으로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 혁신가이다.
8세에 바이올린을 배우기도 한 그는 집안이 넉넉하지 못해 작곡을 독학으로 공부하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그가 아마추어 첼리스트로 활동하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자 작곡가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에게 대위법을 배우기도 했다. 쳄린스키 누이와 결혼하여 베를린으로 간 그는 그 곳 카바레에서 일하기도 했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도움으로 음악원에서 작곡을 가르치기도 했다. 2년 후 빈으로 다시 돌아 온 그는 역시 현대음악에 큰 영향을 준 제자 알반 베르크와 안톤 베베른을 만났고 그들의 음악어법은 20세기 음악의 새로운 조류를 형성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제2 빈 악파'라고 하기도 한다. '제1 빈악파'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다.
쇤베르크는 '음악은 인류의 나아갈 방향과 보다 높은 삶을 계시하는 예언적 메시지를 전한다. 이 메시지때문에 음악은 모든 민족과 모든 문화에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라면서 아무도 말한 적이 없는 그 무엇을 말하는 음악을 쓰고 싶어 했다. 작곡가들은 누구나 본인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제자 알반 베르크와 함께 당시 20세기 초에 나타난 인간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한 표현주의에 속하기도 한 그는 답습하고 있던 낭만파의 조성을 30대 초반에 버리고 40대에는 탈-조성 즉, 무조(Atonality)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표현주의는 낭만주의에서 나타났지만 내적 경험이나 실제 경험을 표현하는 방법은 낭만주의와 달랐다.
쇤베르크는 47세때 첫 12음 작품 피아노 모음곡을 발표한다. 새로운 방향의 지평을 연 것이다. 아무도 말한 적이 없는 그 무엇으로 말하는 음악을 작곡한 셈이다. 그래서 전통의 중심인 조성 축은 견지하면서 변화무쌍한 리듬으로 또다른 새로움을 추구한 동시대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와 비교하여 후기낭만시대의 바그너, 브람스와 같은 예로 비교되기도 한다. 바그너는 혁신을 창조하였고 브람스는 전통 속의 창의를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바르샤바로부터의 생존>은 남성합창, 관현악과 함께 사람 목소리를 악기 소리와 동등하게 취급한다거나 나레이터(설명자)의 슈프레흐 스티메(말하는 듯 한 소리 Sprech Stimme), 샤우트(외침소리 Shout) 등 현대적 성악 기법이 사용된 음악이다. 히틀러에 대한 증오를, 독개스에 의한 종족 말살 시도를 고발하는 음악이다. 트럼펫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소리로 시작되는 음악은 음악을 통한 음산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외침소리, 독백, 분노 등이 표현되어 있다. 군중들의 분노인 남성합창도 긴장을 더해 주어 전율을 느끼게 한다. 현대음악이지만 쉽게 친할 수 있는 클래식인 것이다.
현대음악을 어렵다고 생각하게 한 것은 작곡가의 책임이 크다며, 걸러지지 않은 게 많고 이해하려면 꽤 많은 지식이 필요한 현대음악이 많지만 자기는 현대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관심있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하려고 노력한다는 여성 작곡가 진은숙의 얘기처럼 쇤베르크는 <바르샤바로부터의 생존>에 슈프레흐 스티메, 샤우트 등 새로운 성악기법을 사용하면서도 한 시대의 아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관심있게 들을 수 있게 묘사해 놓은 것이다. "예술은 장식이어서는 안된다. 진실이어야 한다"면서 음악도 진실을 일깨워 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쇤베르크의 <바르샤바로부터의 생존>은 들으면서 어렵다는 느낌이 없다. 관심있게 들으면 나치 만행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의미와 현상을 음악 예술로 표현해 놓은 현대음악 클래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현대음악은 녹음, 영화, 텔레비젼, 컴퓨터 등 문명기기에 의해 어느 시대보다 많은 자료들이 보존되어 있으며 이전 어느 시대보다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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