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오늘의 책] ‘양육쇼크’
칭찬도 전략이 필요하다 … 과학적 칭찬
<내일신문>
포 브론슨, 애쉴리 메리먼 지음 물푸레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도돌이표가 없다. 부모의 양육방식은 매 순간 아이의 성격과 지성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는 돌이킬 수 없는 미래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를 잘 키웠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에 의존하게 되고, 수많은 자녀양육에 관한 기술서를 탐독한다. 그 기술서들은 프로이트나 피아제, 말러 등 20세기의 저명한 심리학자들의 이론에 근거해 있다. 그래서 부모의 어떤 행동이 아이에게 독이 되고 약이 되는지, 부모의 칭찬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아이의 행동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은 아무 의심 없이 이 이론들을 받아들였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명제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여기 이 보편적인 이론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양육쇼크-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라는 책을 저술한 포 브론슨과 애쉴리 메리먼이라는 교육학자들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자녀양육과 아동발달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며 책을 집필하고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가정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교육과학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보스턴에서 열린 아동발달연구협회의 연례회의에 참석한 전 세계 60개국의 7천명이 넘는 학자들이 기존의 교육심리학 이론들과 매우 다른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토론한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들 7천명의 학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터뷰하고 그들의 과학적 연구논문과 발표 자료를 수집하여 마침내 이 책을 출간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른 양육에 관한 책들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제목처럼 ‘쇼킹’을 체험할 것이고, 이어 ‘그동안 아이들에게 잘못 해왔구나’ 하는 생각에 서둘러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쇼킹의 체험은 책의 첫장 ‘칭찬의 역효과’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콜롬비아대학교의 연구팀이 뉴욕 지역의 초등학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한 실험을 통해 밝혀진 진실은 ‘무조건적인 칭찬은 아이로 하여금 도전과 모험을 할 의지를 꺾는다’는 것이다. 걸음마를 시작한 후로 끊임없이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어온 아이는 점점 부모에게 ‘똑똑하게 보이기’를 원하고 결국 도전해야 할 게임에서 실수를 두려워해 모험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칭찬의 역효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냥 칭찬의 부정적인 면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즉 어떤 칭찬이 올바른 칭찬인지, 어떨 때 칭찬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부모들이 간과하고 있던 아이들의 수면시간에 대해 저자는 놀라운 실험결과를 보여주었다. ‘수면시간의 중요성’이라는 장에서 저자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등교시간을 1시간 늦춤으로써 학생들의 성취욕구 향상과 우울정도가 낮아졌다는 실험을 통해 한 시간의 수면부족이 아이의 인지성숙과 발달에서 2년치의 손실과 맞먹는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왜 거짓말을 하는가에 대해서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쏟아낸다. 즉 진실하지 못한 부모의 마음을 아이들은 알고 있으며, 아이들은 곧바로 그런 부모로부터 거짓말을 배운다는 것이다. 즉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친 것이 바로 부모라는 것이다. 이 역시 모호한 이론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라 캐나다와 중국, 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자들의 실험과 연구결과에 기초하고 있다.
‘양육쇼크’는 영유아부터 어린이, 그리고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교육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때문일까. 칭찬의 역효과, 아이의 수면부족, 거짓말하는 아이, 영재교육의 실체, 형제자매에 대한 진실, 청소년기의 반항, 자제심의 성찰, 아이들과 잘 노는 방법, 아이들의 언어능력, 부모의 인종 교육 등 총 10개의 주제에 걸쳐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책은 비단 부모들에게만이 아니라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에게도 필요한 양서이다. 그래서 그들의 가슴에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양육방식으로 각인되어 우리 아이들이 보다 건강하고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해 갈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류한숙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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