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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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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10. 10. 1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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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가을

 

 

인간은 지구상에 나타난 이후 생존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이 일차적으로 선택한 운동은 달리기였다"고 했다. 오늘의 달리기는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한 일부 전문 선수들을 제외한다면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는 건강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하지만 달리기의 매력은 단지 건강을 지켜주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마라톤은 얼핏 보면 원시적으로 달리는 단순한 운동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달리기는 에너지와 질량, 속도가 결합된 다양한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매우 복잡한 운동이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마라톤을 완주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철저하고 세심하게 사전 준비를 하지 않으면 완주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불의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마라톤은 종종 인생에 비유된다. 하루하루의 삶이 모여 인생이 완성되듯이 마라톤 주자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이고 쌓여 완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마라톤에서는 주자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이는 "달리기는 고독한 인생을 나타낸다"고 한다. 혼자 지친 모습으로 달리고 있더라도 그 누구도 "이제 그만 달려라"고 하지 않는다. 멈춰 설 것인지, 계속 달려야 할 것인지는 달리는 사람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우리네 삶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성취하고 싶다면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 나갈 수 밖에 없다. 이렇듯 달리기는 인간에게 인생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달리기에 대한 생각이나 달리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하다. 하지만 달리기를 통해 인내와 살아 숨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행복이다. 그래서 힘들게 달려왔지만 완주한 달림이들의 입에서는 즐겁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10여 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달리기가 온 국민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다. 경제난을 이겨내기 위해 다시 뛰자는 의미도 담겨졌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달리기 열기도 많이 사그라든 것 같다. 달리기에 빠진 나머지 집착하다가 치명적인 부상 등으로 달리기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역시 달리기는 쉽지 않은 운동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진정한 달리기의 매력은 집착이 아니라 즐거운 달리기(펀런·fun run)에 있다. 즐거운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고 차가운 바람이 이는 계절이다. 낮시간에도 따가운 햇살아래 몸에 와닿는 공기는 선선하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는데, 달리기를 시작하기에도 매우 좋은 계절이다. 때마침 11월에 제주감귤국제마라톤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20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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