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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역습’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11. 1. 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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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역습’ 부른 대한민국의 육식화

<시사IN>

 

매일 수만 마리 가축이 땅속에 매몰된다. 공무원들은 헛구역질을 하며 가축을 끌어내고, 농부는 빈 축사를 보며 가슴을 친다. 도로에는 차 소독약이 얼어붙고, 매몰지 인근 도랑에는 생매장당한 가축들의 아픈 흔적, 핏물이 흐른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뒤덮은 2011년 대한민국의 새해 풍경이다. 강도가 다를 뿐 이 같은 공포는 최근 20년 간 그친 적이 없다.

 

2000년 파주에서 발생한 구제역 파동 때도, 2003년 포천·당진 등 27개 시·군을 휩쓴 돼지열병(돼지콜레라) 창궐 때도, 2008년 김제·논산에서 퍼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때도 농민은 울고, 가축은 생매장당하고, 공무원들은 소·닭·돼지 고기 소비 촉진 시식 행사에 참여하는 풍경을 데자뷔처럼 반복했다. 가축에서 기원한 신종 질병인 신종 인플루엔자(돼지독감), 광우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공포도 매해 뉴스의 머리말을 장식했다.

 

육류 수출 22억원…방역비 8530억원

그간 우리나라가 가축 전염병으로 입은 손해는 얼마나 될까. 얼마나 많은 동물이 살처분되고, 얼마나 많은 돈이 방역비에 들어갔을까? 그 내역을 알아보기 위해 2000년 이후 일어난 주요 가축 전염병과 관련된 정부 통계자료를 취합했다. 최근 10년간 국내 가축 사육과 생산·소비에 관한 통계도 모아봤다. 그 결과, 숫자들이 보여주는 대한민국은 가히 '동물의 역습'이 무섭게 펼쳐지는 현장이라 할 만했다.

 

2000년 이후 주요 가축 전염병으로 살처분된 소·닭·돼지·오리는 최소 1980만6972마리다. 이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 인구와 맞먹는 수치다. 소는 브루셀라병(8만4757마리)과 구제역(10만5627마리)으로, 돼지는 돼지열병(돼지콜레라·19만9211마리)과 구제역(93만5377마리)으로, 닭·오리는 조류인플루엔자(1848만2000마리)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았다.

 

 

이에 따른 피해액은 2조2871억원으로 집계되었다. 살처분 보상금과 소독약 비용 등 직접적인 방역 비용만 포함된 액수이다. 육류 유통업계의 영업 손실과 소비 위축 피해액, 관광수익 저하 같은 간접 비용을 더하면 수치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00년 구제역(3006억원)과 2008년 조류인플루엔자(3070억원) 파동 때의 피해가 가장 컸지만, 지난해 11월 안동에서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된 2010년 3차 구제역(7000억원)이 그 둘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살처분으로 인한 보상금 액수가 만만치 않은데도, 그간 정부는 구제역 백신 접종을 마다하고 살처분 정책을 강행했다. 우리나라가 백신을 쓰지 않고도 구제역을 근절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축산 방역 시스템을 갖춘 '구제역 청정국'이라는 것을 입증해, 수출과 수입 거래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쇠고기·돼지고기 수출액은 22억원(196만9000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3차례 터진 구제역 파동에 쏟아부은 방역비 8530억원에 비하면 미미한 금액이다.


해외 수출량이 많지 않은 대신 국내 육류 소비량은 꾸준히 늘었다. 농림수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6.7㎏에서 8.1㎏으로 늘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비량도 각각 17.8㎏에서 19.1㎏, 7.5㎏에서 9.6㎏으로 증가했다. 2002~2009년 축산업 총생산액 통계를 봐도 그간 대한민국이 '육식화'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2년 7294억원이었던 닭 생산액이 2009년 2조229억원으로 뛰는 등, 국내 소·닭·돼지 생산액은 10년간 2~3배 늘어났다.

 

이렇게 축산산업의 몸집이 커지게 된 데에는 2000년대 전후 진행된 '사육시설의 대형화'가 한몫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 수는 줄어든 대신 한 농가에서 기르는 가축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1990년에 한 농가당 평균 2.62마리이던 한(육)우가 2010년에는 16.86마리로, 34.05마리이던 돼지는 1237.63마리로 늘었다. 닭은 462.5마리에서 4만1051.88마리로 급증했다. 대한민국의 가축들은 이제 동물 '농장'이 아닌 동물 '공장'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가축 사육 방법 바꿔야 전염병 예방

농장이 커졌으니 가축의 사육공간도 넓어졌을까? 정반대이다. 돼지 한 마리에게 주어진 평균 농장 면적은 2001년 1.79㎡ (0.54평)에서 2010년 1.42㎡(0.43평)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 1000마리 미만의 돼지를 키우는 농가는 마리당 평균 면적이 0.57평인 데 비해 5000마리 이상 농가는 0.39평에 불과했다(2010년 조사). 사육 규모가 큰 농장에서 크는 돼지일수록 좁게 살고 있다는 뜻이다(위 도표 참조). 닭은 사정이 더 딱하다. 축산법이 규정하는 '가축사육시설 단위면적당 적정 가축사육기준'에 따르면 케이지(철망 우리)에 사는 산란계 한 마리에게 주어진 공간은 0.042㎡. A4 용지에도 못 미치는 면적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 대비 가축 사육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9년 한국과 일본·오스트레일리아·미국의 소 사육 두수는 각각 310만·440만·2700만·9370만 마리. 절대치로는 우리나라가 가장 적지만, 각각의 국토 면적(한국 10만㎢·일본 37만7000㎢·오스트레일리아 769만2000㎢·미국 982만6000㎢)으로 나누면 우리나라의 소 사육 밀도(31마리/㎢)가 가장 높다. 돼지 사육 밀도(96마리/㎢) 역시, 같은 면적에 26.53마리, 6.65마리, 0.29마리를 키우는 일본·미국·오스트레일리아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반복되는 가축 전염병을 막는 길은 기존 가축 사육 방식과 육식 문화를 바꾸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학과)는 "세계화로 국가 간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생산성을 위해 밀집 사육을 하는 현 상황에서는 가축 전염병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가 "이번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값싼 고기를 빠른 시간 안에 생산하도록 부추기는 우리 육식 소비 문화를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돼지 핏물 흐르는 실개천...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오마이뉴스]

 

▲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구제역사태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돈을 못 벌어도 상관없습니다. 10년을 함께한 소를 죽이는 것만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구제역 의심소가 없었지만 구제역 발생농가 인근 살처분 반경 안에 있었기에 소를 묻어야 했던 방청석의 축산농민 이종수씨가 목이 멨다.

 

지난 12일(수)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진보신당은 '구제역 사태 대안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동물보호 시민단체의 동물권과 살처분에 관한 이야기와 서울대학교 우희종 교수의 사회·환경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가슴아팠던 것은 피해 축산 농민의 이야기였다.

 

백신 접종도 못해보고... 살처분이 능사 맞나

토론자로 나선 농민 박승대씨의 "백신 접종을 해보지도 못하고 보냈습니다. 한마리 한마리 작별인사를 하면서 30일밤 구제역이 발생한 지 11일 만에 차디찬 겨울 땅속에 묻었습니다. 살처분만이 능사인지 다른 방법으로 한 마리라도 살릴 길은 없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는 이야기는 토론회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달포가 넘도록 한반도의 남쪽을 '동물들의 아우슈비츠'로 만드는 과정은 참혹했다. 대안을 요구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누구도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고, 정부는 살처분을 강행했다. 돼지는 안락사 약제도 없어 산 채로 매장되고 있다. 발버둥 치는 돼지들로 인해 비닐이 찢어져 핏물이 마을 실개천에 흘렀다. 제대로 묻지도 못해 오리들은 산 채로 달아났다. 공동체는 파괴되고, 농민들은 생계를 잃었으며 마을은 거대한 짐승들의 공동묘지가 되고 있다.

 

직접 살처분 피해를 당한 농민들의 이야기는 참혹했다. 마을의 구제역 초소가 설치되긴 했지만 방역은 허술했고, 마을은 공황 상태가 되었다고 했다. 32개 농가 중 30개의 농가가 살처분을 했고, 의심축이 없어도 규정 반경안이면 살처분됐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20~30년을 동고동락한 목장이 사라졌다고 박승대씨는 증언했다. 게다가 구제역이 의심되면 임상으로 현장에서 살처분한 가축도 많아 정부의 공식통계보다 살처분 가축수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농촌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곳곳이 가축들의 무덤인 마을에서 지하수를 먹을 수 있을지, 다시 축산을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보상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농가부채의 문제와 생계를 이어나갈 만큼 충분한지, 여기에 농장의 노동자들과 유관 직군의 실업사태, 마을인근 자영업자의 피해 등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정부의 과제가 산더미다.

 

과연 농림부를 비롯한 정부는 이에 대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가. 축산 농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고, 심리적 충격으로 잠을 못이루는 이 상황을 알고는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여전히 살처분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이미 살처분으로 구제역 확산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토론회 참가자들의 지적이었다.

 

법도 안 지키며 살처분... 동물들의 아우슈비츠 된 한반도

무엇보다도 무참한 살육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도 살처분 시 동물이 죽을 때까지 그들의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동물보호법이 있다. 2010년 5월 공포된 동물보호법에 의한 동물의 도살 방법은 아래와 같다.

 

제11조(동물의 도살방법) ① 「축산물위생관리법」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가스법·전살법(電殺法)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 개정 2008.2.29, 2010.5.25 > ②제1항의 경우 외에도 동물을 죽이지 아니하면 아니되는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 법은 사문화되었다. 현재 소들은 고통스러운 근육마비제로 도살되고 있다. 이 약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안락사 약제가 아니다. 돼지는 그나마 약제도 없이 생매장 되고 있다. 청정국 지위에 대한 집착으로 백신접종 시기를 놓쳤고, 150만 마리의 가축이 죽어 묻혔다.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일본은 OIE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살처분을 실시했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안락사 약제를 사용했고, 전기충격법 등을 통해 최소한의 고통으로 살처분했다. 비윤리적인 방법은 없었다. 우리사회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는 하지만 법에 적시되어 있는 것조차 지키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백신처방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돼지에 대한 백신 처방이 결정되었지만 그마저도 어미돼지와 종자돼지에 한정되어 있다. 모돈과 씨돈만 있으면 돼지 '공장'을 다시 가동시킬 수 있다는 사고는 달라지지 않았다.

 

축산을 '고기생산공장'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되돌아봐야

축산농가에 이중 삼중의 패널티를 부과하는 정부 정책의 방향도 문제다. 공기를 타고 300km까지 날아가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농가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이미 가족 같은 가축을 땅에 묻고 시름에 빠져있는 농민들에게 더 큰 짐을 지우는 격이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농가의 개별 방역이 문제라면 축산기술연구소는 왜 구제역을 막지 못했는가'라고 되묻는다. 이번 구제역 사태에 경북축산연구소의 소들도 안전하지 못했다. 2010년에는 청양의 축산기술연구소에서도 구제역피해를 입어 멸종위기 칡소 14마리를 도살한 경험이 있다.

 

축산을 '고기생산공장'으로만 인식하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볼 시기가 되었다. 좁은 아파트에서 부리와 발톱이 잘린 채 살아가는 닭, 앉았다 일어서기도 힘든 공간에서 꼬리가 뽑힌 채 평생 살다 가는 돼지. 누구를 위한 시스템인지 이제 우리가 돌아보아야 한다. 유전적 단일성과 밀집사육, 공장형 축산은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방역과 살처분과 같은 방법은 이후에 같은 사태의 경험을 반복할 뿐이다.

 

토론회에서 서울대학교 우희종 교수는 "신자유주의적인 인간의 오만한 행위가 불러온 사태"라고 말하며 "생태적 시각에서 삶을 성찰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사태는 더 크게 우리사회를 덮칠 것"이라고 말했다. 백번천번 옳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단순히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를 정책화 해야 한다. 질병에 취약한 우리 축산방법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친환경 축산을 실현할 방안마련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국민 한사람당 4마리의 가축과 함께 살고 있다. 방역의 근본은 몸의 면역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그 첫 출발이다. 언제까지 비윤리적 살육의 정책을 지속할 것인가. 열악한 동물 사육 환경은 결국 위험한 먹거리로 인간을 위협한다.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고, 친환경 축산을 하루빨리 실현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도의 하나이다.

 

정부와 관계부처에 묻는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번 구제역 사태는 우리사회의 야만성을 돌아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공장식 축산, 무기력한 방역, 비윤리적 살처분 등 단지 고기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인식하던 축산의 근본적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2001년 구제역으로 600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그리고 농업부를 기존의 식품환경부에 편입시키고, 환경식품농업부로 바꾸었다. 그리고 근본적인 성찰을 통한 정책을 시작했다. 농촌경제와 동물복지 그리고 이해당사자간의 참여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현 사태에 대한 반성과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이번 사태보다 더 큰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농가를 단속하고 패널티를 부과하고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는 언발에 오줌누기 정책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축산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서야할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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