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때 총궐기한 기자들 어디에"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언론프렌들리라더니 ‘기자실 대못질’?
미디어오늘
참여정부 시절, 저는 언론으로부터 많은 별명을 얻었습니다. ‘저주의 굿판 비서관’ ‘독설가’ ‘언론 홍위병’ ‘노무현의 언론황태자’…. 모두 불편하고 유감스런 호칭이지만 가장 불쾌한 별명은 ‘기자실 대못질의 주역’입니다. 제 기사가 나가면 응당 기사 앞에 그런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기자실 대못질!’ 참으로 고약한 선동입니다. 사실을 왜곡해도 그렇게 왜곡할 순 없는 표현입니다. 참여정부는 기자실을 없애거나 출입을 제한한 게 아니었습니다. 반대였습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기자실을 대규모 통합형 브리핑룸으로 옮기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특정 언론사들끼리 담합구조로 돼 있는 기자실을 방송PD나 인터넷 매체 등 다양한 언론인에게 문호를 확대 개방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한국만의 후진적인 정부-출입기자간 폐쇄적 담합적 취재관행을 글로발 스탠다드로 바꾸겠다는 것이 어떻게 ‘기자실 대못질’이라는 것인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본질은 기존 언론의 기득권 사수였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언론 같지도 않은 언론과 같이 놀아?’ ‘왜 우리 공간을 정부 마음대로 옮기거나 바꿔?’ ‘우리가 취재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건데 왜 간섭이야?’ 이런 심리가 깔려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 이슈를 정치적 공세의 호재로 삼았습니다. 마치 참여정부가 언론을 탄압하는 듯 왜곡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재미를 봤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자신들은 다르다는 듯, 내세운 구호조차 ‘언론 프렌들리’였습니다. 그런데 ‘언론 프렌들리’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수많은 언론인은 해고되고 징계 먹고 좌천당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못 나가고 언론에 대한 통제와 협박은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민주정부 10년 세월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재앙 같은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기자실에서 기자까지 내쫓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 지난 21일 청해부대의 UDT 대원들이 피랍선원 구출작전을 벌이던 장면.
청와대는 24일,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피랍선원 구출작전 과정에서 1차 작전 실패 상황을 보도한 <부산일보>와 이를 인용 보도한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에 중징계를 통보했습니다. <부산일보>엔 출입정지 1개월을,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에는 출입기자 등록취소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출입기자 등록취소란 해당 언론사의 청와대 취재를 영구적으로 불허하겠다는 겁니다.
국방부는 한 술 더 떴습니다. 38개 부처·청 기관장 및 대변인에게 이들 3사의 기자실 출입제한과 사전보도자료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이번 조치가 왜 문제인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엠바고(어느 정해진 시점까지 보도를 유예하기로 하는 취재원과 기자간의 약속) 파기에 대한 징계는 정부가 하는 게 아닙니다. 엠바고가 깨지면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다 속칭 ‘물을 먹게 된’ 동료기자들이기 때문에, 동료기자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맞지 정부기관이 나서는 건 옳지 않습니다.
둘째,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는 엠바고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따라서 엠바고 약속도 한 적이 없습니다. 역시 엠바고를 알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취재해 보도한 <부산일보> 보도를 인용한 것뿐입니다. 평소 마음에 안 들고, 군소 언론이니 만만히 보고 화풀이를 한 거겠지요.
셋째, 엠바고는 한 번 깨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 <부산일보>를 통해 이미 보도된 상황에서 깨진 엠바고를, 인용한 언론사에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즉 엠바고는 종료됐다고 봐야 하는데도 이를 인용 보도한 매체를 중징계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넷째, 엠바고는 해당 출입처와 기자들 간의 문제입니다. 사건은 국방부에서 났는데 왜 청와대가 나서서 강경대응을 주도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 국방부가 다른 부처에까지 3사의 기자실 출입제한과 사전보도자료 중단을 요청한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엠바고 징계에 연좌제가 적용된다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다섯째, 이 사안이 엠바고에 해당되는지도 의문입니다. 1차 인질구출작전 실패에 대한 보도가, 작전과 안전에 심각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개연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그 보도가 과연 어떻게 국익에 손상을 가져왔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군과 청와대가 호들갑을 떨며 별의 별 내용을 다 까발린 작전과 장비 전반의 공개가 오히려 작전과 안전에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천안함이나 이번 1차 작전 실패처럼 자기들 불리한 것은 보도하면 안 되고, 유리한 것은 시시콜콜 다 공개하는 이중잣대로 언론을 핍박하면 안 됩니다.
이 사건은 군이나 국방 관련 사안에 대해 철저하게 언론 통제를 하겠다는 신호입니다. 보도협조에 따르지 않을 경우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겠다는 위협입니다. 참여정부의 개방형 브리핑 제도가 ‘기자실 대못질’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게 ‘기자실 대못질’입니다.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사안의 위중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은 주목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들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YTN에서 많은 기자들이 해고될 때도 그랬습니다. KBS에서 많은 기자와 PD들이 잘리고 징계 받고 좌천될 때도 그랬습니다. MBC에서 여러 조합원들이 중징계를 먹고 프로그램이 겁박을 받을 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때 ‘언론탄압’이라며 총궐기했던 그 많은 언론인들은 지금 어디 숨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칼끝은 결국 자신에게도 곧 겨눠질 텐데, 다들 어디서 뭘 하며 깊은 겨울잠을 자는지 모르겠습니다.<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청와대까지 팔걷고 언론 보복"
기자협회장·언론노조위원장 등 "작전실패 보도가 국익침해인가"
미디어오늘
청해부대의 피랍 해적 진압 및 선원 구출작전과 관련해 1차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사실을 보도했던 부산일보와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에 대해 국방부가 정부 모든 부처에 해당 언론사 기자의 출입금지 및 보도자료 제공중단 조치를 요청한 데 이어 청와대가 가장 먼저 출입기자 등록취소 등의 강경조치를 취하자 “국익을 빙자한 언론탄압이자 보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38개 부처·청 기관장 및 대변인에게 이들 3사의 기자실 출입제한과 사전보도자료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24일 청와대는 부산일보 출입기자의 출입정지 1개월,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 출입기자 등록 취소 결정을 해당 언론사에 통보했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선 국민의 알권리를 크게 제약하고, 정부와 군의 보도통제에 따르지 않은 언론사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지적이다.
▲ 청해부대가 지난 21일 피랍 선원 구출작전을 전개하던 모습이 담긴 동영상.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은 이날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미디어오늘 등의 보도와 관련해 “1차 인질 구출작전 실패에 대한 보도가 작전과 안전에 심각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개연성이 낮은 상황에서 엠바고 파기를 내세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 보도가 과연 어떻게 국익에 손상을 가져왔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재의 수위 자체도 지나치고 매우 감정적”이라며 “과거 이런 전례가 있었는지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우 회장은 1차 작전 실패 보도의 평가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익의 조화는 언론과 정부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결과적으로 큰 희생없이 끝난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나 언론보도가 심각하게 잘못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방부에 청와대까지 나서서 이런 제재를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고 언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회장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배경에 대해 “국방부가 그동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태 등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이번 구출작전 성공의 홍보를 통해 일거에 만회하고, 특정언론에는 분풀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우 회장은 특히 "엠바고가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언론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1987년 민주화 이후의 언론문화였으며, 그것이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 회장은 “이번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에도 이런 제재를 했을지 의문”이라며 “국익을 빙자해 특정 언론에 역공하겠다는 보복적 성격이 강하다”라고 평가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부산일보를 통해 이미 보도된 상황에서 엠바고를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며, 엠바고는 종료됐다고 봐야 함에도 이를 인용 보도한 매체마저 중징계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일부 특정 매체만 골라서 이런 조치를 벌인 것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작전이 끝나고 난 뒤 작전상황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는 국방부의 행태를 볼 때 과연 정부가 선원의 안전이나 군사작전의 보안을 지키고자 했는지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엠바고가 성립될 수 있는 개념인지, 언론이 군사작전의 위험성에 침묵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나왔다. 노종면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은 “엠바고란 한 곳이라도 보도하는 순간 깨지고 이를 주워담을 수 없는 개념”이라며 “또한 부산일보,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는 엠바고에 합의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엠바고를 수용하고 안하고는 언론 스스로 책임지고, 여론의 평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작전 실패를 보도한 3사의 판단에 대해서도 “이미 내용이 보도됐고, 널리 알려진 마당에 지속적인 보도를 통한 실익이 분명히 있다”며 “1차 작전 실패로 인해 인질의 생명과 안전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에서 작전에 신중을 기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언론의 임무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으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그같은 상황에서 군의 (무모한)작전을 견제하고 말려야 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위원장은 국방부의 고강도 취재제한과 청와대의 출입기자 등록취소 조치에 대해 “작전이 성공했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실패했다면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노 위원장은 “정부가 자신들의 입장에 협조하지 않은 언론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한다는 것은 언론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정부 입장에 반하는 보도를 하는 매체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며 “현실적으로 작전 실패 사실을 보도하거나 인용보도한 것에 대해 기사삭제를 요청한 것은 협조요청에 불과한데, 이를 거부했다고 관이 나서서 등록취소 결정까지 한 것은 폭거이자 언론통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보도가 되기까지 원인제공은 군사작전을 선택한 정부가 해놓고, 청와대까지 중징계에 나선 것은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전술적 판단이 깔려있다”며 “작전 성공 이외의 어떠한 이론도 나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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