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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방송언어

한글사랑---------/우리말바루기

by 자청비 2011. 2. 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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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방송언어, 지상파 아나운서 10人의 '내부 고발'

"제 점수는요… 60점 낙제"

 

기사출처 http://bit.ly/evRprO



 

"재훈이 똥 쌌어요." "그렇게 벙 찐 얼굴 하면 안 돼요." "선생님 근데 원숭이 닮지 않았냐?" "아주 지네들끼리 다 해먹는구나." "(여자는) 한 번에 낚아채란 말이야."

 

방송심의위원회가 지난 9일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내린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 속 언어들이다. 이 프로는 지난해 말에도 "이 또라이 XX야, 씨" 같은 발언으로 심의위 경고를 받았었다. 그런데도 출연자와 제작진의 인식이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방송 언어문화의 파수꾼이랄 수 있는 아나운서들은 이런 사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들이 매긴 '방송 언어의 건전성' 점수는 얼마나 될까. 본지는 14일 KBS ·MBC·SBS의 현직 아나운서 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 봤다.

 

먼저 이들이 '방송 언어 사용 실태'에 매긴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62.5점. 낙제점이다. KBS 아나운서 4명은 각각 75·70·60·50점을 줬다. MBC 아나운서들은 2명이 70점, 1명이 60점을 줬고, SBS 아나운서는 2명이 50점, 1명이 70점을 줬다.

 

아나운서들은 과도한 시청률 경쟁을 막말 범람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A씨는 "연예인에게는 어떤 말을 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제작진이 그걸 걸러주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특히 아이돌을 포함한 어린 연예인들이 '쩐다' '정말 죽인다' '기깔나게' 같은 비속어를 쓰는 경우가 많아 또래 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해하기 힘든 신조어도 시청률에 대한 강박 때문에 방송에 쓰이는데 '종결자' 같은 말이 대표적" "흥미를 위한 직설적 말투도 문제로 남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는 언사를 보면 시청자들도 기분이 나쁠 정도" "'무한도전' '1박2일' 같은 프로에 쓰인 희한한 신조어는 다음 날 바로 인터넷 사전에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들은 묻지도 않았는데 ' 김구라 · 박명수 · 이경규 하

 

면 자연스럽게 폭력적 언어가 떠오른다'고 했다. B씨는 이들 중 한 명을 거론하며 "심의팀에서 모니터를 하는데도 아나운서실로 그 사람 방송에 못 나오게 할 수는 없느냐는 식의 항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했다.

 

 

아나운서들은 방송 언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0명 중 8명이 '매우 강하다', 2명이 '강하다'고 답했다. "결국 이런 오염된 방송 언어의 피해자는 시청자, 그중에서도 미성년자들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C씨는 "'죽여버리겠어' '닥쳐' 같은 말이 과거와 달리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면서 시청자들도 그런 말을 편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일부 연예인은 쌍시옷 하나 안 들어가면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D씨는 "나이 어린 아이들은 마치 습자지 같아서 방송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을 그대로 빨아들이게 된다"고 했다.

 

대부분의 아나운서들은 대책으로 방송에 출연하려는 사람은 먼저 철저한 언어 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E씨는 "방송본부장 명령이라며 예능 프로 출연 연예인들을 모아 언어 교육을 시키려고 해도 연예인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결국 강제성이 없기 때문인데 몇 차례 이상 잘못된 언어 사용으로 지적을 받을 경우 출연을 금지시키는 '삼진아웃제' 같은 조치를 방송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F씨는 "교육 이수 학점제를 도입해 사전 언어교육을 규정대로 마쳐 일정한 점수를 딴 사람에 한해 방송에 출연시키는 방안도 생각할 만하다"고 했다. G씨는 "제작진이 출연자가 잘못된 말을 할 때마다 자막으로 지적하고 바른말을 표기해 주면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교육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순)

김은성 손범규 손정은 유애리 유지철 이규봉 이현경 전종환 최기환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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