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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세상보기---------/마음대로 쓰기

by 자청비 2011. 5. 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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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지난해 모 방송사 부설 방송문화연구소가 한글에 대한 시청자 인식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로 은하수를 뜻하는 '미리내'가 꼽혔다. 다음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이라는 의미의 '시나브로'였다. 이어 '사랑', 강을 지칭하는 '가람', 세상을 뜻하는 '누리' 등이 뽑혔다.


"그네의 아리잠직 단아하면서도 온화 공순한 자태를 언뜻언뜻 아니 볼 수 없었고, 아리따운 맵시에 고운 머릿결 검은 윤기 자르르 뒷등으로 흐르는 연두색 저고리와 연분홍 치마의 애달프게 스미는 빛깔을 아니 볼 수 또한 없었다"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에 실린 내용이다. 아리잠직은 모습이 얌전하며 귀여운 태도를 말하는 순우리말이다. 그는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요, 모국어는 모국의 혼이다. 저는 '혼불'에 한 소쿠리 순결한 모국어를 담아서 시대의 물살에 징검다리 하나로 놓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며 아름다운 우리말에 집착했다.


대하소설 장길산이나 임꺽정을 읽을 때도 내용은 차치하고, 생경하지만 뭔가 솟아오르는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옛날 양반들이 구사하던 고상한 한자말이 아니라 투박하지만 우리 겨레의 얼을 느낄 수 있는 순우리말 때문이다. 중국어, 일본어 그리고 영어에 치이면서 어느샌가 우리에게서 멀어져 버린 순우리말들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미리내'든 '시나브로'든 이런 말들을 제대로 빈번하게 입에 올리지 못한다.


말하지 않는 말(言)은 사회에 남아 있을 수 없다. 광통신 시대여서 그런지 말의 길이도 점점 줄어든다. 최근 인기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은 '위탄', '수퍼스타K'는 '슈스케', '무한도전'은 '무도'라고 줄여 말한다. 세계화에 매몰된 나머지 모든 대학강의를 영어로 한다고 난리다. 영어에 한맺힌 학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영어학원에 보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의 얼이 담긴 순우리말과 지역의 맛이 담긴 사투리가 급속하게 사라지는 것은 이런 세태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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