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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살처분 최선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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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11. 3. 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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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개봉된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AIDS와 같은 세기말적인 질병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메시지로 담고 있다. 영화의 제목인 '아웃브레이크(outbreak)'는 전쟁이 발발하거나 질병이 크게 유행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 자이르의 모타바 계곡에 주둔해 있던 미군캠프에서 의문의 출혈열이 발생해 병사들이 잇달아 숨진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미군은 폭탄을 투하해 그 지역을 깡그리 태워 버린다.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내팽개친 것이다. 그러나 30년이 지난후 출혈열의 원인이었던 모타바바이러스의 변종이 다시 발생한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가 원숭이를 통해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 퍼진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주민들은 내장이 녹아버리면서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인구 2600여명에 불과한 이 작은 마을에 군병력이 투입되고 주민들은 마을 밖으로 일체 나갈 수 없도록 통제된다. 이어서 군은 엄청난 위력을 가진 폭탄으로 이 작은 마을을 증발시키려는 계획을 마련한다."

 

며칠전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이 우리나라의 구제역 사태와 관련 '생매장 돼지들의 절규'라는 제목으로 돼지들이 살처분 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도했다. 이 영상은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직접 제작, 제공한 것으로 돼지들이 산 채로 매장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구제역 관련 소식이 나올 때 국내 TV에서 간혹 살처분 현장이 잠깐 비춰지기는 했지만 이같이 생생한 모습은 보도된 적이 없다. CNN의 보도화면을 확인하고, 화면을 제공했던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직접 제작한 동영상을 보면서 영화 '아웃브레이크'를 떠올렸다.

 

대상이 인간에서 말못하는 가축으로 바뀌었을 뿐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대처방법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처분'의 방법 또한 살아있는 가축을 생매장하는 일이 벌어졌다는데 대해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의 존엄성은 반드시 인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살처분할 수 밖에 없었던 나름대로 변명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변명은 생명의 존엄성 보다는 인간의 이기(利己)만 추구한 산물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구제역은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이다. 구제역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전통적인 축산방식에선 치사율이 1% 남짓했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으로 축산방식이 밀식·대량생산하는 공장형으로 바뀌면서 감염 속도도 빨라지고 치사율도 높아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축산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오늘날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재발될 수 있고, 죄없는 가축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학살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2011. 03.08>

 

※사진은 정부가 주민 반발, 개인정보 노출 등을 이유로 4,000여곳에 이르는 전국 구제역 매몰지 위치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하자 네티즌들이 나서 직접 제작한 구제역 매몰지 지도. 지난 3월 1일 오후 현재 인터넷 구글지도(http://bit.ly/gDgG1j)에는 매몰지 60여곳이 표시돼있다. '전국 구제역 매몰지 협업지도'라는 제목의 이 지도에는 첫 구제역 발생지인 경북 안동을 비롯해 경기 여주, 강원 횡성, 강원 춘천 등의 매몰지 위치가 리(里) 단위까지 표시돼있으며, 일부 매몰지에는 매몰 가축의 종류, 가축 매몰 일시, 매몰 가축 마릿수 등 상세한 정보도 공개돼있다. 이 지도는 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며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구제역 매몰지 인근에 살고 있거나 매몰지의 위치정보를 아는 네티즌이 매몰지 주소를 보내면 지도에 매몰지를 가리키는 표지가 늘어나게 된다. 네티즌들은 구제역 매몰지가 공개되지 않으면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며 매몰지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트위터에 '국민의 알 권리! 감추는 정부가 수상해', '피해는 미리 막았어야' 등의 글로 정부를 비판하고 지도제작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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