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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입문하다

한라의메아리-----/문예창작 모음

by 자청비 2018. 5. 2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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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지만 대학 초년생때 몇 번 끄적거리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내던졌다. 시에 대한 공부가 안되서 그런걸거야 생각하면서도 딱히 시쓰는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1980년의 격동기를 지난 캠퍼스엔 낭만보다는 이념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시쓰는 일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넘쳐났던 시기였다. 그렇다고 내가 뭐 딱히 앞장 서서 뭘 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조그만 막걸리집에서 사회에 대한 공부도 안된 상태에서 말도 안되는 시국토론만 하다가 말았던 시기였다. 그렇게 시는 내게서 멀어져 갔다. 직장생활하면서 언젠가부터 소설에 대한 작품욕구가 생겨났다. 아마도 그날 그날 사회를 기록하고 현상을 분석하는 것보단  나만의 깊이있는 창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방송대 국문학과의 꿈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직장을 옮기게 되고 생각지 못한 갈등을 겪으면서 방송대 국문학과의 문을 두드렸다. 2014학번으로 들어왔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복학했다가 88년에 대학을 떠났으니 실로 26년만에 다시 대학물을 먹게 된 셈이다. 방송대학에서 뜻하지 않게 1학기가 끝날 무렵 양영길 선생을 초빙해 시창작 강의를 듣게 됐다. 그 때까지만 해도 시창작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 선배들이 함께 하자고 한데다 양영길 선생은 기자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던 선생님이어서 개강때 인사만 하고 빠지려다가 미안해서 빠지지 못하고 쭈욱 함께 하게 됐다. 4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도 문학동인에 함께 포함돼 시습작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 아래 시는 2014년 11월쯤 해마다 방송대 제주지역대학 국문학과에서 시화전 및 시낭송 공연 행사에 출품한 작품이다. 뭣도 모른 상태인데 작품을 무조건 한편씩 써내라는 엄명(?)에 따라 써내야 하다보니 그냥 끄적거리는데 언제 어디선가 다 읽었던 내용들이 줄줄 나온다. 정확한 출전은 기억에 없지만 아마 뜯어보면 모두 표절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표절일거라는 확신을 하면서도 내가 처음으로 공개했던 습작시여서 남겨둔다.


산다는 건


시간은 가지도 오지도 않는다

시간속에서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 뿐


삶은 시간속에서 쏘아진 화살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구름속으로 날아간다


화살은 오르락 내리락 하거나

때로는 비틀거리며 날아간다

어디에 떨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화살이 날고 있는 동안

늦었다는건 없다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다


새로운 도전은

화살을 날아갈 수있게 하는

무한대의 원동력이다


화살이 떨어지는 날

화살이 어디에 꽃혀 있든

그 자리에서 즐거웠노라고

말할 수 있으면 족하지 아니할까


산다는 건 새해를 맞이할 때

어린 사람은 한살이 더 늘어나고

나이든 사람은 한 살이 더 줄어드는 것

<2014 시화전>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아래 시는 2015년 늦은 봄에 사려니숲길에 갔다가 비날씨로 인해 사람의 흔적이 별로 없는 사려니숲길을 걸으며 풍경을 읊었다. 2015년 국문학과 시화전 작품으로 내놓았다.


비내리는 사려니숲길


구름이 나무사이로 살포시 내려 앉는다

비에 젖은 빈 벤치에 꽃잎이 후드드 떨어진다

지친 숲길 나그네가 쉬면서 나무에 걸어두었던

모자 하나가 비에 젖어 상심에 잠겨 있다

금방이라도 댕댕거릴 것 같은

하이얀 종을 대롱대롱 달고 있는 때죽나무

금방이라도 또르르 굴러내릴 듯

나무잎과 가지들 사이에 피어난 투명한 이슬방울

보슬비 속에 바쁜 일 있는 듯 지저귀는 새소리

우산 속에서 도란도란 들려오는 이야기의 향기

비내리는 사려니숲길은 신비와 자유의 세상이다.

<'2015 시화전>















※아래 시는 서울에 갔다가 지하철에서 문득 떠올라서 쓴 시다. 그 해 19살의 어린 청춘이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작업중 지하철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명박근혜의 불통은 정점에 이르고 있었다. 2016년 국문학과 시화전에 출품하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지하철에서


지하철 창밖에 언뜻언뜻 보이던 한 사내가

빠르게 달려가는 지하철 안을 기웃거린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휴대전화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닫힌 공간에서 낯선 시선을 피해 세상과 소통한다

'이번 역은 동대문, 동대문 …'

사람들이 주섬주섬 일어선다. 휴대전화를 꼭 쥔 채

철문이 열리자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들어온다

열차는 다시 빠르게 달려간다. 물찬 제비처럼

새로 온 사람들도 LTE급 속도로 휴대전화에 빠져든다

세상과의 소통은 빨라지는데 사람과의 소통은 기약없다

시원하게 흐르던 4대강은 녹차라떼 호수로 변하고

세월호는 바다속에서 나올 기약이 없다

어둠을 뚫고 나와 질주를 멈춘 잿빛 정거장에

컵라면 먹을 새도 없이 수리작업에 매달리던 한 그림자

열차가 출발하자 창 밖에 있던 그 사내가 사라졌다.















※아래 시는 시 습작을 하면서 이상국의 '국수가 먹고 싶다'라는 시를 읽고 나서 모티브를 얻고 즉석에서 지어보았다. 물론 금방 완성된 것은 아니다. 다른 시에서 모티브를 얻었던 터라 조금 께름칙했지만 국문학과 마지막 학년에 열리는 시화전에 출품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막걸리


사는 일이 녹록치 않다지만

저녁때면 시장통 뒷골목 식당에서

농부이 거친 손처럼

투박한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어두워진 길거리에 나서면

무거운 농짐지고 돌아오듯

어깨가 축 처진 사람들과

막걸리를 나누고 싶다


시끌벅적한 이 도시엔

금방이라도 땅으로 떨어질 듯

낮게 깔린 검은 구름속을

힘겹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로등 불빛 하나 둘 켜질 때

얼굴에 주름살 하나 늘어난 채

어두운 빌딩에 갇혀 있는 사람들과

부둥켜 안고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2017 시화전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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