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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지 돌과바람5집 수록시

한라의메아리-----/문예창작 모음

by 자청비 2018. 11. 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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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세상 / 윤보석


하얀 바람이

바다를 거칠게 밀어내고

검은 파도는

갈매기를 하늘로 날려 보낸다

허공에 뜬 갈매기는

세상의 중심에 선 듯

미동을 하지 않는다

 

하얀 바람이 에워싸고

파도가 끊임없이 밀어내도

갈매기는 세상의 중심에 선 듯

허공에서 미동도 않는다.

 

하얀 가슴은

바람의 영혼이고

검은 깃털은

파도의 숨결이다.

 

허공속의 갈매기는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

이제는 일상의 삶에서

삶의 무지에서 탈출이다

외로움과 두려움

분노와 절망에서 벗어난다

 

다음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봄 소리 / 윤보석

 

폭설로 쌓였던 눈이 녹아 사라질 즈음

작은 오름엔 봄 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질퍽한 비탈에는

빛에 반짝이는 빨간 헬멧을

주렁주렁 매단 자금우가 서성거린다

겨우내 시달렸던 마른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황금빛 계요등과

여우눈동자 같은 까만여우콩이 웃는다

탐스러운 열매를 겨울밤에 잃어버리고

껍질만 남은 노박덩굴도 봄의 소리에

반가워 어쩔 줄 모른다


어느샌가 붐까치가 다가와

고개를 내밀어 봄 소리를 들려주자

할아버지 곰방대 같은 담배풀

신선처럼 백발로 변한 주홍서나물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개쑥갓

작은 토끼같은 광대나물이

저마다 봄 소리에 귀기울인다


이제 겨우내 얼어붙었던

내 머리에도 생각이 한뼘쯤 자라겠네




오늘은 좋은 날 / 윤보석 

 

그는 금전집착증 환자였다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면 주는대로

안주면 요구해서라도 미친듯이 긁어모았다.

재벌기업 은행장 교포사업가 빵집사장 스님

가리지 않고 받아 챙겼다

 

탈세,위장전입,투기 등 부패비리 전력으로

14개의 별을 달고 있는데도

경제 전문가로 자처하여 국민을 홀렸다

돈을 숭배하는 노예들이 꼬여들었다

고소영, 강부자, 오사영만 남았다

 

BBK, 다스, 도곡동땅 의혹에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발뺌했다

4대강에 굴착기 소리 요란하더니

금빛모래와 윤슬을 녹차라떼 마냥 절단냈다

자원외교 한다면서 국고를 탕진하고

호주머니 챙기느라 밤잠을 못잤다

국방능력 키운다며 젊은 청춘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국민이 길바닥에 내팽겨쳐진지 10

한밤중 고급 세단들이 논현동 집 앞에 섰다

그는 미소를 띠며 고급세단에 올랐다

닫힌 차문위로 계란이 날라들었다

그는 방문을 환영합니다 라는 간판을 보며

안으로 들어섰고 번호 716을 받았다

 

이런 세상이 올 줄은 몰랐다네.

일제 식민치하에 부일협력했던 어느 유명시인은

이렇게 빨리 해방될 줄 몰랐다고 했지





잃어버린 마을 / 윤보석


아름드리 팽나무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때 삶을 가꾸며오손도손 모여살던 곳이다


노오란 유채꽃에 빠알간 바람이 불던 날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채 큰넓궤에 숨어들었고

끝내는 붙잡혀 돌아오지 못했다


폭포 위에 줄줄이 사탕처럼 묶어놓고

맨 앞 사람을 발로 차 절벽아래로 밀어뜨리면

뒷사람들도 연이어 떨어져 죽게 했던

광란의 현장에서 한라산은 끝없이 추락했다


사람들은 동맥경화에 걸린 듯

가슴통증과 무기력감 실어증에 시달렸다

사신없는 헛묘에는 기나긴 한숨이 스쳐가고

거대한 잿더미였던 곳에는 댓바람만 남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스산하게 알려줬다


팽나무 주위에 들꽃들이 모진 겨울 이겨내고 피어났다




<2018년4월27일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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