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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세계 최강 독일 꺾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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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18. 6. 2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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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러시아월드컵 독일 꺾다. 그러나…


2018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스웨덴과 멕시코에 2연패하면서 코너에 몰렸던 한국 축구가 세계 1위 독일을 꺾고 희망을 안겼다. 하지만 ‘카잔의 기적’이 이번에도 대충 넘어가려는 대한축구협회의 '명분'이 되어선 안된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6/28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치러진 대회 조별리그 F조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김영권, 손흥민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1승 2패(승점3)를 기록한 한국은 스웨덴과 멕시코(이상 승점6)에 밀려 조 3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대표팀은 스웨덴전에서 졸전을 펼친 이후 온갖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두번째인 멕시코전에서는 그런대로 선전했지만 몇몇 선수의 결정적인 실수로 패배하자 해당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위팀인 독일과의 대전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신태용 감독 스스로도 단 1%의 가능성이라고 언급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표팀은 그 벼랑 끝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승리를 따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독일은 역대월드컵 통산 우승과 준우승을 각 4차례했고, 1회전 탈락은 아주 오래전인 1938년 단 한차례 뿐이고, 제도가 바뀌어 조별리그 제도를 시행한 이후 지금까지 단한차례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던 팀이다. 한마디로 세계 축구계를 선도하고 있는 팀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팀에 일격을 맞고 조별탈락했으니 세계 축구사에 한폐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로선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일이다. 경기직후 ‘왜 진작 이렇게 하지 못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대표팀이 제대로 된 월드컵 준비를 하지 못하였고 대한축구협회가 아직도 세계축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 상태로 놓여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역대 월드컵에서 4강을 기록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과 16강에 올랐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제외하면 한국은 초반 2경기를 망치고 마지막에 젖 먹는 힘까지 쏟아부어 간신히 체면치례를 했다. 그럴 때마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지적됐지만 축구협회는 감독을 자르고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은근슬쩍 넘어갔다.


"사령탑을 4년간 3번이나 교체한 것, 이동거리 계산하지 않은 베이스캠프, 전술 유연성의 부족" 지난 2015년 대한축구협회가 브라질월드컵 부진에서 교훈을 찾고자 발행한 월드컵 백서에 나온 대표팀의 실패 이유다. 이 분석은 4년이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얼추 들어맞는다. 홍명보, 슈틸리케, 신태용으로 감독이 수시로 바뀌었고, 광홀한 러시아대륙에서 대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장시간 이동거리로 애로를 겪었고,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수비중심의 전략으로 자멸했다. 다시 말해 축구협회는 백서에서 언급된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이번 대회에서도 4년전 과정을 반복한 셈이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이같은 분석마저도 단지 겉으로 드러난 이유일쁜 근본적으로 문제를 개선하고 한국축구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국축구는 2002년 4강을 경험하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에 오를 때만 해도 많은 축구팬들은 이제 조별리그 통과는 기본적인 통과의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한국 축구는 8년 동안 제자리걸음은 고사하고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내심 조별리그를 통과를 기대했던 이번 월드컵도 스웨덴, 멕시코에 패하며 일찌감치 벼랑 끝에 내몰렸다. 막판에 독일을 잡는 이변을 일으켰으나 멕시코와 스웨덴의 승패가 엇갈리면서(멕시코가 잡아줘야 하는데 패함) 16강 진출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비록 16강 진출은 못했지만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보여준 저력은 고무적이다. 아직 한국 축구가 완전히 경쟁력을 잃어버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됐다. 이 경기로 인해 그동안 대표팀에 쏟아졌던 온갖 비난과 비판이 싹 사그라졌다. 단 한 경기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한국 축구는 이제 냉정해져야 한다. 그것은 진정한 우리 실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 예선에서 한 수 아래로 봤던 팀에게 곤욕을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는 지역 예선도 통과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8회 연속 월드컵본선 진출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본선에 나가서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는 현실도 짚어봐야 한다.


단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보여준 모습만이 아니라 지역예선부터 차근차근 복기하면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아시아와 세계축구의 흐름을 짚어보아야 하낟. 그 토대위에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함께 유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선수육성 방안을 마련해 한국축구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 감독선임도 마찬가지이다. 무조건 유명세가 아니라 한국축구의 색깔을 입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감독인지 판단하여 선임한 후 단기적인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믿고 맡겨야 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 아니다.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겉으로 나타난 한국대표팀의 문제점을 보자. 감독의 적절치 못한 초반전술이나 선수들 개개인의 실력이 선진축구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었고 심지어는 해설자로부터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 국대선수도 있다. 지금까지 과정에 이르기까지 축구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없이 그때 그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축구협회의 고질적인 병폐도 전혀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마지막 독일전 승리로 비판 비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번에도 대충 넘어가려는 축구협회의 명분이 되어선 곤란하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시아의 호랑이라던 한국 축구는 발전은 고사하고 아시아권도 벗어나지 못하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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