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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공간 4/27

한라의메아리-----/오늘나의하루

by 자청비 2019. 4.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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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983년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제주항에서 새벽 6시 출발하는 배를 타고 목포로 가서, 다시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저녁 8시쯤 서울역에 도착했다. 마침내 서울.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서울역사를 빠져나오는 순간 앞에 있는 시커먼 대형건물과 맞닥뜨렸다. 나중에 대우빌딩(지금은 서울스퀘어로 바뀌었지만)이라는 걸 알았지만 당시엔 무슨 건물인지도 모르고 제주에서 올라온 촌놈에겐 로마신화에 나오는 하늘을 떠받치는 아틀라스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촌놈이 서울을 처음 대면했던 날의 기억이다. 그 후 몇 차례 서울역을 이용했지만 별로 기억나는게 없다. 그 후 일제때부터 사용되던 서울역사는 사라지고 현대식 서울역사가 자리했다. 종전의 서울역사는 문화공간으로 남아 옛기억을 더듬는 사람들의 추억공간이 되고 있다. 서울역 앞 고가도로로 이제는 안전문제로 차량통행이 제한되고 시민들의산책공간이나 쉼터 공간으로 바뀌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벼르던 끝에 지난 토요일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역 지하도를 나서자 마이크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온다. 서울역 광장 한편에 구국기도회 천막이 세워져 있다. 매우 넓었던 서울역앞 광장인데 많이 축소됐다. 마치 어릴 적 학교 다닐적엔 커다란 운동장이었는데 어른이 되서 몇십년만에 찾아본 학교 운동장이 조그맣게 보이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광장 한쪽엔 대한애국당이 집회를 열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에효! 눈도 돌리지 않고 옛 서울역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우규 독립지사의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어 저건 그 옛날엔 없었는데...라고 생각하며 가는데 웬 할머니가 종이를 내민다. 얼핏 보니 겉장에 멸공이라고 쓰여 있다. 손을 내저으며 필요없습니다라고 했더니 할머니 왈 "멸공인디"라고 말한다. 순간 빵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며 역사안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DMZ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3등대합실, 부인전용대합실, 귀빈실, 그릴 등을 서울역사의 옛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DMZ 전시물에 조금 가려져 그랬는지 몰라도 감흥이 별로 일지는 않았다, 하지만 DMZ 전시물도 함께 보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밖으로 나와 고가도로 위를 거닐며 서울역 광장과 주변을 눈에 담았다. 역시 얼른 눈에 띄는게 옛 대우빌딩이었다  서울역사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배고픈줄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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