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영화 미나리

힘들고지칠때------/영화또보기♣

by 자청비 2021. 3. 12. 13:02

본문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미국에서 엄청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다.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접하고 빨리 국내 개봉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내용에 대해 사실 크게 기대는 안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이민을 떠난 한국인 가정이 미국에서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아픔이라는 것은 가정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뻔한 것이다. - 이민자들의 아픔이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는 건 아니고 그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시나리오가 상상되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다. 사실 아픔이나 어려움으로 작품을 그린다면 일제 치하나 해방직후에 미국으로 건너 가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치열할 것이다.  더구나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인종갈등 등은 오래전부터 엄청 다뤄온 주제이기에 미국내 비주류인 이민자들이 역경을 이겨나가는 이야기는 어쩌면 주류 미국인들의 관심권 밖일수 있다. 그러면 영화 미나리에선 어떤 점이 미국인들에게 어필되기에 그토록 많은 호감을 받으며 미국내 갖가지 영화상을 수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미국에선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가 식탁에서 흔하게 접하는 미나리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점들이 궁금했다.

 

영화는 지극히 한국적인 영화였다. 서울에서 도시생활에 찌든 남자가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농의 꿈을 갖고 귀농해서 온갖 어려움을 겪다가 끝내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숱한 역경을 이겨낸 것을 계기로 가족들간 갈등을 끝내고 힘을 합쳐 다시 도전에 나섰다는 스토리로 생각하면 다를 것 하나 없는 것 같다. 모르긴 모르되 드라마나 독립영화 등으로 이런 류이 시나리오는 많았던 것 같다. 어쩌면 TV에서 종종 나오는 성공스토리나 휴먼스토리를 다루는 '인간극장' 같은데서도 많이 소개됐을 것이다.

아마 미나리가 국내에서 처음 개봉됐다면 이토록 호평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영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영화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지도 않고 억지 향수를 자아내지도 않았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가족영화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감독의 연출이나 출연자들의 연기도 너무 튀지 않고 잔잔하게 감정을 절제하며 역할에 몰입한 점도 좋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미국인들을 미나리의 매력에 끌어들이고 있는 걸까. 결론은 한국과 한국인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고, 엄청난 예산을 들여 치고 받고 때려부수고 화려함과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헐리우드식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식상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해 전세계게 팬데믹으로 봉쇄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한동안 잊어버렸던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 점이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영화가 10년전 아니 5년전에만 개봉됐더라도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지금 미국내에서는 한국계 작가인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소설의 스토리는 미국내 한국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제치하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3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인들이 어떻게 보면 자신들의 이해관계와는 전혀 무관한 스토리에 왜 그토록 관심을 가질까. 세계는 그동안 아시아하면 중국과 일본만 언급하였지만 이제는 한국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미나리는 어디에서든 잘 자란다는 말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홀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질긴 생명력과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자란다. 한마디로 '가족이 힘을 합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가족간에도 개인주의가 중심인 미국적 사고와는 전혀 다른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이다.

  

'힘들고지칠때------ > 영화또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산어보  (0) 2021.04.11
백두산  (0) 2020.01.21
기생충  (0) 2019.08.29
엑시트  (0) 2019.08.29
봉오동 전투  (0) 2019.08.2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