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연천 최전방 GP에서 총기난사사건을 비롯 잇따른 군기강 문란 사건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인내력
부족과 한편으로는 군이라는 특수집단의 구시대적 특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군 당국은 사건당사자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치부하려 하지만 그게 어찌 그 사건을 야기시킨 젊은이만의 문제인가.
나 역시 20여년전에 군복무를 했던 경험이 있다.
나도 매우 소심한 성격이라 군생활에 적응하는데 무진 애를 먹었다. 아무리 군이 특수집단이라고 하지만 꼭 이래야만 하는 것일까 라며 고심했던 적도
많다. 군대에서 필자가 경험했던 것은 비인격적 대우와 사적인 노역, 일방적 상명하복만 있을 뿐 하의상달은 전혀 통하지 않는 의사소통 구조,
위기상황 발생시 근본적 처방이 아닌 땜질식 처방, 내용물이야 어떻든 겉만 번지르르한 전시성 행정 등이 난무하는 극히 비합리적 조직이었다. 요즘
군대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이런저런 사건 사고들이 터지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나마 긍정적인 변화는 사건이 터지자 마자 이른 시간내 사회에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군 관련자만 알고 사회에선 전혀 모른채 지나간 것이 어디 한둘인가. 이는 이제 군대도 결코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열려진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하기야 20~30년 이전에는 사회전반적으로 군사문화가 판치는데다
고교때부터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선배나 교관으로부터 쌍욕과 구타, 기합을 다반사로 받아 인격적 모멸감은 아예 체념한 상태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신세대들은 그렇지 않다. 집에서 왕자로 대우받으며 자라고, 학교에서는 옛날과 같은 교과서에만 있는 민주주의와 자율이 아니라
실제적인 민주주의와 자율을 배웠고 몸에 베어 있다. 때문에 그들은 사회생활하다가 어느날 군에 입대해 군사문화를 경험했을 때 쉽게 좌절하고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기 쉽다.
혹자는 군은 전쟁에 대비한 특수조직으로서 상명하복체계에 따라 움직여야 하므로 민주주의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군사훈련이 아닌 일상적 내무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내무생활속에서는 일방적 의사전달이 아니라
쌍방향 의사전달 구조를 이뤄내 비인격적 대우와 폭력을 없애고, 군사훈련 때는 엄격한 상벌제를 적용해 군기강을 세움으로써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워야
할 것이다. 군에서 민주적 의사소통 통로가 막혀 있고 비합리적인 행위들이 계속되는 한 이런저런 사고는 내부에 잠복해 있다가 언제든지 크게 불거져
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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