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7일은 제주도에서 주민투표를 하는 날이다. 제주도민이 아닌 사람은 웬 선거냐고 의아해 할 것이다. 투표내용은 제주형 자치모형, 즉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을 주민들이 선택하기 위한 것이다. 행정계층구조란 기존의 지방행정체계'광역 시.도-기초 시.군.구' 라는 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를 시행하기 위한 전단계로 행정계층구조를 개편하겠다고 하고 주민에게 의사를 묻기 위해 혁신안과 점진안이라는 2개의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혁신안(단일광역자치안)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폐지하고 제주도 전체를 하나의 단일광역자치제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단일광역자치안은 기존의 제주시와 북제주군을 통합해 제주시로 하고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통합해 서귀포시로 하되 2개의 시는 기초자치 단위의 시가 아니라 행정시, 즉 도지사가 시장을 임명하는 형태가 되고 당연히 기초의회는 폐지되는 것이다.
점진안(현행유지안)은 광역과 기초라는 체계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도와 시군, 즉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간 기능과 역할을 재배분하는 것이다. 이는 현행 도와 시군 업무 가운데 광역적인 업무가 시군에 가있고, 시군에서 해야 할 업무가 도에 가 있어 이를 재조정한다는 것을 말한다.
자! 저의 블로그를 찾아주신 여러분들은 어느 안을 선택하겠는가? 아마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점진안일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사정은 그렇게 단순한 상황이 아니다. 제주도의 행정구조는 현재 제주시를 중심으로 좌우에 북제주군이 있고 서귀포시를 중심으로 좌우에 남제주군이 분포한 매우 기형적인 구조이다. 이때문에 북제주군청이 자기관할구역이 아닌 제주시에 있고, 남제주군청 역시 자기관할구역이 아닌 서귀포시에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을 설명하자면 매우 길어 여기서 한권의 역사를 써야 할 판이기에 생략한다.
다만 제주의 현 상황은 이미 2002년부터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기 위한 개발사업을 시작했고 지난 6월 정부가 제주도를 고도의 자치권-지금까지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과 이상적 경제모델 지역-전세계의 누구나 쉽게 드나들고 경제행위를 할 수 있을 정도의-인 특별자치도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85년 정부에 의해 특정지역종합개발계획을 수립, 추진했다가 완성하지 못했던 제주도는 1990년대 제주도개발특별법, 1995년 제주도종합개발계획 등을 만들어 동양의 하와이로 개발한다고 했으나 말만 무성했을 뿐 실제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특별법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선도프로젝트로 제시됐던 7개 사업중 절반이 이미 좌초위기에 놓이는 등 연착륙이 쉽지 않은 상태다. 그런 가운데 지방분권을 내세운 참여정부가 제주도에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연방국가의 주정부와 같은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고, 이상적 경제행위가 가능한 지역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특별자치도는 올연말까지 세부추진계획과 특례법을 만들어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이 제기됐다. 행정계층구조 개편론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기형적 행정구역으로 인해 지난 1985년 행정구역 개편론이 제기된 이후 개발계획이 논의될 때마다 행정구역개편론이 제기됐다. 그러던 것이 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위한 용역시 행정구역뿐 아니라 국제자유도시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단일광역자치제로 가야한다는 방안이 제기됨에 따라 본격적인 이런저런 방안을 갖고 논의에 논의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현재의 단일광역자치안과 점진안이 최종 제안돼 주민투표에 붙여지게 된 것이다.
자! 이제 여러분은 어떤 안을 선택할 것인가? 또 하나 의미있는 것은 지방자치제 강화방안의 하나로 주민자치역량을 키울 수 있는 주민투표법이 2004년 1월 제정된 이후 이 법에 의한 주민투표가 제주도에서 처음 치러진다는 것이다. 처음 치러지는 주민투표이다보니 법적 제도적 미비점이 아직은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법에 의한 첫 주민투표가 치러진다는 점,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자치모형을 선택한다는 점, 그리고 최종 결과는 주민들의 손에 달렸지만 개편안으로 '광역-기초'라는 현행 행정체계 하에서 기초자치단체 폐지라는 타지역에선 상상도 못했던 안이 제시됐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번 선거는 다른 지방에서도 눈여겨 볼 일이다. 왜냐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그같은 선택을 해야 할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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