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했다. TV 생방송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디그룹 멤버가 성기를 노출하는 최악의 방송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이번 사고는 30일 오후 4시15분쯤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인디 펑크밴드 ‘럭스’가 ‘지금부터 끝까지’를 부르던 도중 발생했다. 함께
무대에 선 30여명의 퍼포먼스 인원 중 밴드 ‘카우치’ 소속 2명이 갑자기 하의를 벗고 성기를 노출한 채 춤을 췄고, 이 장면이 4~5초간
전국에 생중계됐다. 지상파 방송 도중 가슴이 드러났던 일은 몇 번 있었지만 성기를 노출한 일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사건이다.
MBC는 31일 최문순 사장 주재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이번주부터 ‘음악캠프’를 폐지하고 제작진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MBC는 이에 앞서 사고 당일 오후 9시 ‘뉴스데스크’ 시작에 앞서 “생방송 중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시청자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MBC 김영희 예능국장은 31일 ▲카우치 멤버들이 속옷을 안 입은채 지퍼 하나로 옷을 벗을 수 있는 의상을 입고
나왔고 ▲얼굴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거의 피에로에 같은 진한 분장을 한 점 ▲ 또한 자체공연처럼 무대에서 담배를 피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말
것을 사전 주의했으나 이를 어긴 점 등을 들어 "이들은 이미 무대에 오르기전 생방송에서 알몸 노출 퍼포먼스를 계획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성기는 보여주고 얼굴을 왜 가리나"라면서 "만일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노출이었다면, 노출직후 여타 다른 멤버들이 모든
연주를 멈췄는데 이들은 계속 기타를 치고있는 모습을 연출, 사전 계획된 고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디밴드의 한 관계자는
"클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디밴드의 경우 공중파 무대에 약간 의 적개심과 비슷한 심정을 지니고 있다"면서 "공중파 무대에 출연하는만큼 자신들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멤버들간에 사전에 조율된 성기노출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필자는 인디그룹들의 생리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전혀 없다. 다만 그전에는 막연하게 들려주는 것이 아닌 보여주려 하는 방송을 싫어하고 가공된(라이브가 아닌) 음악을 싫어하는
음악인들이 언더그룹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아마 언더와 인디의 차이점인 것 같다.
어쨌거나 폐쇄된
공간인 클럽무대에서 조차도 성기노출은 피해야 할 것인데 버젓이 공중파에서 성기노출이라니... 그들은 나중에 경찰에 연행된 뒤 생방송인줄 몰랐다고
하는데 그러면 녹화방송은 성기노출을 해도 좋다는 말인지...쩝~. 단 한번의 방송출연 기회에 확실한 것(?)을 보여주고 인디세계에서 독보적
존재가 되고자 했던 것인지....이번 방송사고 기사를 접하면서 문득 현실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
지 문득 궁금해졌다.
최근 음악프로그램을 보면 남녀 가수들의 노출이 예전에 비할 수 없이 심하게 이뤄지고 있다. 과거 해방직후나 유신시대
복장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노출이 심하다. 하기야 노출이 심한 것이 비단 음악프로만이 아니라 각종 오락프로그램을 보노라면 요즘
아슬아슬한 장면이나 아이들과 함께 보기가 다소 민망한 장면들이 많다. 방송이라는 것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긴 하지만 사회의 첨단(가장 앞 선
부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을 반영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 같다. 한예로 얼마전 방영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때리는 장면 등은 현실에서 전혀
없다고 할 수 는 없지만 보편적인 사람들의 생활은 절대로 아닌 것이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가보자. 경찰은 이들을
방송직후 연행했으나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문제를 일으키면 방송출연 정지둥의 징계가 있었으나 이마저도 2000년
통합방송법이 시행되면서 삭제됐고, 설령 방송출연 정지 등의 징계가 있다손 치더라도 방송출연을 우습게 아는 이들에겐 징벌적 효과도 전혀 없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방송법상 방송사고 관련자를 징계할 수 있는 제도 보완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