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비밀’이 존재하는가? 다산 정약용은 애시당초 비밀의 존재를 명확하게 부인했다. 다산은 그의 저서 목민심서를 통해 “내가 알고(我知), 네가 알며(汝知), 하늘이 알고(天知), 귀신이 안다(鬼知)”고 설명하며 세상에는 알지 못하는 비밀은 없다고 단언했다.
‘X파일’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처음 공개된 삼성그룹 관련 X파일에 이어 불법 도청 테이프 2백74개나 추가 발견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X’라는 글자가 암시하듯 매우 비밀스러운 사실이었지만, 결국 비밀로 남지 못하고 온 천하에 대대적으로 공개되고 말았다. ‘비밀’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힘을 못쓰고 맥을 못추는 것인가 여실히 보여주고 말았다. 이제는 X파일에 담긴 내용의 공개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의 공개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공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불법 도청 테이프의 내용 공개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 되는데다 테이프의 내용이 몰고 올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공개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계와 법조계 일부는 물론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도청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도청 내용이 정·재계, 언론계 등 우리사회 고위 지도층 인사들의 뒷거래를 담고 있을 것이 명백한 이상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온갖 비리와 암투가 횡행하고 정치권력이 바뀌면 이로 인한 정치보복이 이뤄지는 등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도청 테이프는 비록 불법으로 제작됐지만 공익을 위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이를 통해 정경유착이라는 악습을 단절하고 새로운 정치풍토와 경제구조를 만들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200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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