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X파일의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이번 파문의 가장 큰 본질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정관계, 언론계 등과의 유착관계이다. 두번째는 국가권력기관의 불법도청 문제이다. 그러나 부수적인 문제로 X파일 보도과정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대표적 보수언론인 조중동의 진흙탕 싸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앞의 두가지 본질은 잠시 제쳐두고 우리나라 언론의 역학관계에 대해 잠시 풀어보자. 전적으로 사실을 기본바탕으로 하고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했다.
이 사건의 키는 원래 MBC가 틀어쥐고 있었다. 작년 12월 미국에서 X파일의 존재를 확인하고 귀국후 국내서 입수한 뒤 5월에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6월에는 법률검토도 마쳤다고 한다. 그러나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한 후 법적 문제로 인한 ''보도 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테이프의 녹음 주체 등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확실하지 않은데다, 불법 도청물인 경우 공개자 역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실정법에 저촉된다는 점 때문. 아마도 MBC 고위간부들이 삼성이라는 거대 공룡기업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워낙 파급효과가 큰 사안이라 그만큼 부담감도 크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MBC가 머뭇거리는 사이 동아가 먼저 눈치를 채고 접근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최고의 언론임을 자부하는 조선이 역시 놓치지 않고 접근했다. 더군다나 눈엣가시같은 중앙과 자신들의 경영진은 꿈도 꾸지 못할 주미대사 자리를 꿰차고 그런대로 잘 수행하고 있는 홍석현씨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었던가. 그러고 보면 MBC의 X파일이 묻혀지지 않고 공개되게 된데는 조선, 동아-그 의도야 어디 있건간에-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래 경향신문의 기사를 읽어보면 조선 동아의 보도 의도 가운데 분명한 하나는 중앙 CEO였던 홍석현 주미대사의 낙마였다. 홍석현씨는 오늘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홍석현 주민대사 임명때로 거슬러올라가면 언론 경영자인 홍씨의 주미대사기용은 당시 화제였고, 다른 신문이 모두 1면에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동아는 1단응로 조그맣게 홍씨의 주미대사 기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은 그마저도 없었다. 신문의 어느 구석에 조그맣게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조선 1면에서 홍씨의 주미대사 임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중앙 CEO였던 홍씨의 주미대사 기용은 조선, 동아에게는 충격이었다.
홍씨는 주미대사로 기용될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기용된 뒤 재산문제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잘 넘겼고, 미국에서 의외로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미국내 강경파들의 참여정부에 대한 오해 등을 풀어가면서 답보상태였던 6자회담에 미국이 참여토록 이끌어내기도 했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6자회담이 해결기미를 보이면서 개최시기가 눈앞에 다가오자 참여정부가 조금이라도 잘되는 것을 배아파하는 조선 동아는 다급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무렵엔 이미 조선, 동아에는 MBC의 X파일 정보가 들어가 있었고 보강취재를 하면서 이를 잘 활용하면 적절하게 삼성과 중앙을 두드리면서 홍석현의 낙마를 유도하고 6자회담에 재를 뿌리며 노무현 정부를 계속 괴롭힐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의 원죄는 X파일을 소유하고 있는 MBC 였으므로 MBC가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면 자신들은 삼성, 중앙과 화해를 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앙이 잠깐 변절했지만 조중동은 원래 수구기득권 세력으로 한 통속이고, 재벌기업과 이들 보수언론 모두 양측간 끝없는 싸움은 피차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 동아가 자신들의 대열에서 이탈한 중앙과 삼성에 치명타를 한대 날리고 홍석현을 낙마시키겠다는 의도를 달성시킨 반면 어쩔 수 없이 X파일을 보도하게 된 MBC는 앞으로 검찰조사와 삼성과의 법정싸움 든 여러가지 힘든 여정이 남아 있다고 할 것이다. 단언컨대 홍석현의 낙마가 확정된 오늘 이후 조선 동아의 보도태도는 조금씩 달라져 갈 것이다. 애당초 조선 동아는 X파일의 가장 중요한 본질인 재벌기업의 정관언 유착에는 관심이 없다. 그 부분을 계속 파고들면 자신들도 X파일을 제작한 미림팀장의 말처럼 절대로 무사할 수 없을 테니까.
때문에 조선, 동아는 삼성과 중앙을 두드리는 척하면서 주로 X파일의 당사자인 홍 주미대사의 낙마를 은근히 주문했고, 그 목적을 이루었다. 이제 조선, 동아는 중앙과 함께 97년 대선당시 부산 초원복집 도청사건 처럼 국가기관의 불법도청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다른 의제로 X파일의 본질을 교묘하게 흐려가면서 삼성, 중앙과 화해를 시도해나갈 것이다.
반면 사건이 터진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중앙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조선,동아가 역겹다고 하면서 X파일에 대한 보도를 시작했다. 그렇게 당한 중앙이 이번 사태를 과연 조선, 동아의 의도대로 마무리지을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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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VS조선·동아 진흙탕 싸움
[경향신문 2005.07.25 ]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X파일’ 파문이 조선·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조선·동아는 중앙일보 회장을 지낸 홍석현 주미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연일 ‘중앙 때리기’에 나섰고, 중앙이 25일자 지면에서 ‘조선 동아 지금 제 정신이 아니야…역겨워’라는 제하로 반격하는 등 이전투구하는 모습이다. X파일 내용의 진상규명이나 불법도청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 등 진실 접근과는 거리가 먼 보도행태인 셈이다.
◇이전투구 실상=조선·동아와 중앙의 지면에서 가장 극명한 차이는 홍대사를 둘러싼 부분이다. 지난 21일 MBC, KBS의 보도 이후
중앙일보는 25일자 신문에 이르기까지 각종 지면의 제목에서 단 한번도 홍대사를 거론하지 않았다.
동아는 23일자 1면에 ‘
홍석현 주미대사 경질론 급부상’에 이어 25일자에도 역시 1면을 할애, ‘여권, 홍석현 대사 자진사퇴 유도’라는 기사를 싣는 등
연일(24일 미발행) 홍대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조선도 25일자 사설에서 “X파일 속 등장 인물들은 고백할 것은 고백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이어선 국민의 역정을 돋울 뿐”이라며 홍대사의 해명을 문제 삼았다. 앞서 조선은 MBC가
망설이는 사이 안기부 ‘미림팀’의 도청의혹을 먼저 제기, MBC를 자극한 바 있다.
조선·동아는 22·23일자에도 각각 2개면을 써가며
방송내용을 상세하게 옮기는 등 X파일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조선은 23일자에 “노조·호남에 아부해봐야 안되니 보수편에 서라”는 등
‘선정적인’ 발언들을 발췌, 소개했다.
중앙은 25일자부터 일종의 ‘반격’에 나섰다. 중앙은 1면에 전 안기부 미림팀장의 방송인터뷰를
인용하는 형식을 빌려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 없다’라는 제목을 달아, 조선·동아를 겨냥했다. 두 신문도 정언유착의 공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사다. 중앙은 그동안 22일자에서 ‘불법도청 내용 방송말라’는 등 2건의 기사만을 2면에 게재하는 등 소극적이었다.
◇이틀 만에 태도 바꾼 중앙=중앙은 25일자에 ‘자기 반성’의 사설을 게재했다. 그러나 사설은 홍전회장이 1999년 탈세 혐의로 구속된
것을 놓고 “말이 ‘보광 탈세’ 사건이지 사실은 선거에서 상대 진영을 도왔다는 괘씸죄였다”며 “이번에 불거진 파일 내용과 연관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일사부재리’를 운운하고 있으나 이번 사안과 보광문제를 들고나온 중앙의 태도는 설득력 없다는 반응이 주류다.
중앙의
이같은 입장은 23일자 사설에서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 괴문건에 온 나라가 휩쓸려 들고 있다”며 ‘X파일’의 신빙성 자체를 인정할 수 없어
하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때문에 중앙이 사주와 연관된 사건이 벌어지자 우왕좌왕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의
사세확장이 조선을 위협할 정도라고 들었다. 그래서 저렇게 저열하게 싸우는 것이다. 동아도 삼성과 사돈인데 그대로 있다가는 자기네가 먼저
망하겠다며 전선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조선·동아의 스탠스는 참 기묘하다. 결국 (방송이) 이들의 싸움판에 그대로 말려든 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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