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과 X세대의 공통점은 알파벳 X이다. 여러 알파벳중 굳이 X를 쓴 것은 모두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이라는 의미가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기도 하지만 미국의 드라마인 X파일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해결되지 않는 미지의 사건 기록을 일컫는다. 또 1990년대를 풍미했던 X세대는 그 이후 네트워크로 무장한 N세대, 월드컵의 W세대에 밀려 이미 구세대로 밀려났지만, 당시 X세대라는 말에는 예측이 불가능하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지의 세대라는 뜻이 들어 있다. 이처럼 미지의 것을 나타내기 시작한 기원은 수학의 방정식에 있다.
방정식에서는 구하고자 하는 것, 즉 알려져 있지 않은 미지수(未知數)를 보통 X라고 놓는다. 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프랑스의 수학자 데카르트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지의 그 무엇’이라고 여러 글자로 표기했지만 많은 저술을 남긴 데카르트의 경우 일일이 이를 ‘미지의 그 무엇’으로 표기하는 것이 귀찮고 번거로워 어느날 ‘다음 논문에서 미지수는 X, Y, Z로 표기’한다는 노트를 단 것이 ‘X’의 시작. 당연히 그 뒤부터는 너도 나도 ‘미지의 그 무엇’을 ‘X’로 표기하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설에는 프랑스어에는 X자가 들어가는 단어가 많아 인쇄소에서는 X자의 활자를 여분으로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데카르트가 이를 알뜰하게 활용하기 위해 미지의 무엇을 X라고 표기했다고도 한다.
아무튼 우리는 ‘미지의 그 무엇’을 ‘X’로 표기하고 있다. 수학에서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도 ‘X’라면 일단 ‘미지의 그 무엇’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영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에서 뭔지 잘 모르겠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사건을 계기로 자신들만의 은밀한 커뮤니티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특히 발달된 인터넷 공간에 남들이 모르는 X파일을 만들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극단적 사례가 지난 1월 터졌던 연예인 X파일 사건이다.
이번에 터진 삼성그룹 X파일은 지난번과는 아주 다른 성격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터진 삼성그룹 X파일은 지금까지의 폐쇄된 사회구조 속에서 일어났던 갖가지 부도덕한 일들이 사회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어떤 제2, 제3의 X파일이 어떻게 터져 나올 지 모를 일이다.
이번 삼성그룹 X파일은 파괴력이 연예인 X파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자가 연예인들의 갖가지 치부나 정보를 메모해두었던 것이 인터넷에 유출돼 연예인들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면 후자는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기업이 국가권력을 창출하려 했다는 점 등 갖가지 부도덕한 기업활동으로 기업자체의 신뢰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최악의 경우 국가신인도까지도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파일의 내용들이 속속들이 공개돼 다시는 이 땅위에 그같은 부도덕한 기업행위가 이뤄져선 안된다. 당시 상황이 그래서... 라든가. 아니면 나만 그랬던 것도 아닌데...라는 변명은 통할 수 없다. 더군다나 삼성은 세계 50위안에 드는 초일류기업이 아닌가. 어쩌면 삼성이 환골탈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삼성이 사과내용이나 언론 보도 등에 대해 대응하는 것을 보면 언감생심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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