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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I)

세상보기---------/마음대로 쓰기

by 자청비 2005. 9.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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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차돈은 불교를 거부하는 6세기 신라의 토착 문화 세력에 의해 순교당했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는 갖은 영욕과 성쇠의 굽이를 틀고 한국사회의 토대가 되고 있다. 기독교 역시 마찬가지다. 1791년 신해사옥 이후 수천 명이 참수형을 받고 순교하는 등 기존의 유교 문화와 충돌하면서 갖은 수난을 겪은 끝에 오늘날 우리 사회의 한 축이 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문화는 강물처럼 원줄기를 흐르면서 진화하기도 하지만 다른 강줄기를 만나 섞이면서 그 넓이와 깊이를 확산시켜 나간다. 인류학이 밝힌 한 가지 사실은 고립된 문화는 결코 진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미의 태평양 섬이나 호주 등지에는 유럽인들이 찾아갈 때까지 문화가 거의 원시상태 그대로 였다. 개인이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서로 열어놓고 활발하게 교류하는 길이 문화를 번영시키는 길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열등감 때문에 숨기거나 단절하려는 생각이나 행위가 부끄러운 일인 것처럼 외래 문화의 바다를 막으려거나 그것을 피해가려고만 하는 것도 똑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문화적 사대주의는 창조정신을 포기하는 것이지만, 문화적 배타주의는 적극적이고 생성적이어야 하는 문화의 존재 자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때문에 우물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참다운 문화가 형성될 길이 없다.


  어찌 문화 뿐이겠는가. 정치 경제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분야가 외부세계와 단절돼 있으면 끝내는 동맥경화 현상을 일으켜 생존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21세기는 정보의 시대다. 정보의 시대는 프로젝트의 시대다. 이제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하는 것이 아니라 천명(天命) 그 자체를 프로젝트에 포함시켜야 한다. 미래의 대차대조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지 못하는 공동체는 미래에는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맥없이 쓰러질 수 밖에 없다. 과연 제주특별자치도는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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