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35
지난달 30일(일요일)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리 좌보미오름에서 오름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처음 열린데 이어 올해 두번째로 개최된 것이다. 주최는 서귀포소방서가 하고 있다. 관광객과 도민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름이란 산은 아니고 기저에서 높이 2백~3백미터의 완만한 구릉을 말하는 것으로 어떤이는 '오르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형이라고 말하는데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유감스럽지만
오름이라는 용어는 몽골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몽골에 가보면 제주의 오름과 같은 완만한 구릉이 매우 많다. 그것을 몽골에서는 '오르'라고 부른다. 고려시절 삼별초가 제주에서 몽골에 대항해 싸우다가 전멸한 이후 제주에는 탐라총관부가 설치돼 약1백년간 몽골의 목마장이 된 적이 있다. 일제 36년의 역사에 우리 말에 일본말이 녹아 있는데 1백년의 역사에서 어찌 몽골말이 녹아있지 않겠는가. 훈민정음은 조선시대 창제돼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표준어에는 제주의 오름을 대체할 수 있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오름'이라는 용어는 변화되지 않고 지금까지 사용하게 된 것이다.
제주에서 오름을 빼놓고는 제주를 말할 수 없다. 제주의 오름은 매우 유려하다. 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 백록담 주위로 곳곳에 다소곳하게 늘어선 오름들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듯, 한라산 백록담을 떠받치는 듯 갖가지 형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혹자는 제주를 오름의 왕국이라고 했다.
오름의 유래에 대한 전설도 있다. 설문대할망이 제주섬과 육지를 잇기 위해 흙을 퍼나를 때 앞치마에서 굴러내린 흙더미라는 것이다. 도대체 설문대할망이 얼마나 컸길래? 옛날 제주민들은 제주섬이 육지로 이어지기를 소원했다. 그래서 설문대할망에게 부탁했다. 설문대할망은 입을 옷을 만들어주면 해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옷을 해주기로 하고 설문대할망은 공사를 시작했다. 설문대할망에게 옷을 해주기 위해서는 옷감 1백필이 필요했다. 그런데 제주섬에서 빡빡 긁어 모아도 99필 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1필이 모자라 옷을 해주지 못하게 되자 설문대할망도 공사를 중단해버렸다. 옷감 1필이 더 있었으면 제주섬의 역사도 달라졌을텐데... 하여튼 그 때 앞치마로 흙을 퍼나를 때 숭숭 뚫린 앞치마에서 떨어져 내린 흙더미가 오름이 됐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이런 오름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코스길이는 소방서의 상징인 119를 본 떠 11.9km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1시간 6분대를 기록했던 터라 이번 대회에서는 1시간이내로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목표만 잡았을 뿐 연습은 하나도 안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즐기는 수준의 조깅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스피드 훈련을 통해 기록을 조금씩 줄여나가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지만 잘 안되고 있다. 요즘은 이런저런 일로 스피드훈련은 고사하고 평소 하던 조깅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날저녁 이것저것 준비해놓은다고 했는데 막상 준비물을 챙기고 차를 타고 가다보니 시계도 안챙겼고, 수건도 없다. 이런 정신하곤.... 대회장인 성읍리 집결지에 모였다. 아침 일어날 때는 비가 안왔는데 차를 타려고 나가보니 비가 쏟아진다. 제주시지역엔 비가오는데 대회가 열리는 성읍리는 괜찮지 않으려나 생각하며 일단 가보기로 했다. 유사시 대비해서 비옷도 한 벌 준비했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향했다. 가는 내내 비가 그치지 않았다. 1시간여뒤 대회장에 도착해보니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조금씩 내린다. 이 정도 비면 달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옷갈아입고 준비하는 동안 비가 그쳤다. 비온 뒤라 날씨가 매우 쌀쌀했다. 웃도리를 한벌만 입고 뛰기에는 너무 추울 것 같아 한 벌 더 껴입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우천관계로 당초 예정보다 늦은 10시 14분에 출발했다. 4km정도 까지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도로가 이어졌다. 이어 본격적으로 오름마라톤이 시작됐다. 오름 아래쪽부터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걷지 않으려고 천천히 뛰어갔다. 그러나 오름 중간쯤에 이르니 도저히 뛰어오를 힘이 없다. 모든 사람들이 헉헉대며 걷고 있다. 경사도가 60도 정도이니 뛰어올라가는 이도 없다.-앞에 초고수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간신히 정상에 오르고나니 다음은 숲길을 헤쳐가면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비온 뒤라 길이 조금 미끄럽다. 안그래도 내리막길인데 길이 미끄러우니 제대로 뛰어질리가 없다. 더군다나 신발이 조금 커 평지에선 몰랐는데 오르막 내리막길에서는 안에서 발이 왔다갔다 하니 그 또한 불편했다.
좌보미오름 정상에서 내려와 옆의 작은 민둥 오름으로 올라서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더군다나 가슴으로 안는 바람이라서 걸음내딛기조차 불편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흐미~ 죽겠는거~
마침내 오름을 빠져나와 다시 시멘트길로 들어섰다. 시계가 없으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 스피드가 줄었는지 뒷사람들이 하나둘씩 추월한다. 이래선 안되는데 생각하며 힘껏 뛰어보자고 생각하며 내달렸다. 앞서가는 여자 런너가 보인다. 저 런너만 추월하자고 생각하고 힘껏 뛰어 추월했다. 이 여자 런너도 의식했는지 지지않고 쫒아온다. 그러다가 나를 제쳐 넘어간다. 나도 질세라 쫒아가다가 다시 넘어갔다. 그러자 바짝 붙어 쫒아온다. 나는 이 여자런너를 떨굴 요량으로 스피드를 올렸다. 잠시 떨어지는가 싶었는데 골인지점 1백여미터를 남기고 다시 바로 뒤에서 숨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골인지점 바로 앞에서 나를 제치겠다는 심산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차 뭐가 휙지나갔다. 바로 그 여자 런너였다. 마지막 1백여미터를 전력질주했다. 내가 쫒아가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마침내 골인했다. 아내가 기다리다가 나를 맞아주었다. 소화기를 상품으로 받게 됐다며 좋아했다. 오행시 응모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에 응모해 당첨된 모양이다. 경사났네~
시계가 없어서 잘 몰랐는데 기록은 1시간을 넘겨버린 것 같았다. 주최측 공식시간은 제일 앞에 쓴대로 1시간5분대였다. 쩝~. 아쉬움. 내 딴엔 열심히 달렸는데 한시간 이내 못들어오다니~
꿈꾸는 사람에게 미래가 있다 (0) | 2005.11.10 |
---|---|
오늘도 달리는 `맨발의 기봉씨' (0) | 2005.11.09 |
서귀포반딧불이마라톤(2) (0) | 2005.10.12 |
서귀포반딧불이마라톤(1) (0) | 2005.10.09 |
사하라사막마라톤 (0) | 2005.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