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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반딧불이마라톤(2)

건강생활---------/맘대로달리기

by 자청비 2005. 10. 1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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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몸을 풀고 있노라니 달리기를 즐기는 친척 형님이 보인다. 제마클과 서마클, 런클 등 도내 웬만한 마라톤 클럽 유니폼도 모두 보인다. 100회 클럽 등 서울서 내려온 마라토너도 보인다.
  잠시후 정작 풀코스 마라토너들이 출발점에 섰다. 신청자가 1백여명인데 1백명도 안될 것 같다. 불과 70여명이나 될까? 반면에 참가자들은 모두 웬만한 클럽 소속으로 한가락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꼴찌를 각오해야 할 듯하다. 천천히 달릴 각오로 제일 뒷쪽에 섰다. 출발 북소리에 맞춰 힘차게 발을 내딛었다. 야간에 풀코스는 처음이다. 복장은 모자대신 등산용 손수건으로 머리에 둘렀다. 야간이라 햇빛을 가릴 필요가 없고 흘러내리는 땀만 막으면 되기 때문이다. 천천히 간다는 기분으로 뒷쪽에서 발걸음을 부지런히 떼어놓았다. 앞쪽에 제마클 회원 3명이 보인다. 저기만 놓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면 서브4는 되는데...라고 생각이 든다. 몸은 다소 무거운 듯 하지만 앞 주자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의외로 주자가 없어서인지 전반적으로 속도가 빨라보인다. 그러나 거리당 시간을 체크해보니 당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해 무난하다고 느껴졌다. 친척 형님도 나와 비슷한 실력이다. 막판 스퍼트가 좋아 내가 조금 모자라지만 함께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하기 시작했다. 코스는 하프를 왕복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10.5km를 네번 왕복하는 셈이다. 1라운드는 58분. 정상적이다. 2라운드는 오버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피드가 조금 붙는 것 같았다. 그러나 별 차이는 없어 56분에 끊었다. 이제 3라운드. 형님과 계속 보조를 맞추며 뛰었다. 앞에 가던 제마클 회원들도 크게 앞서지 않고 비슷하게 꾸준히 달려줘 따라가기 수월했다. 그러나 스피드는 나도 모르게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31.5km지점이 다가오면서 점점 앞 주자(제마클 팀)과 거리차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결국 3라운드 랩타임은 63분. 마지막 4라운드. 여기서 63분에만 끊어줘도 서브4를 기록할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하며 힘을 내본다. 그러나 역시 스피드가 살아나지 않는다. 33km쯤 지나자 같이 뛰는 형님에게 미안해서 먼저 가시라고 했는데 6km 남은 지점까지는 같이 뛰자고 한다.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힘을 내본다. 어느덧 앞선 제마클 주자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같이 뛰던 형님은 여전히 생생한 것 같다. 결승점 6km를  앞두고 형님은 스퍼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한발한발 내디딜 때마다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온다. 여전히 각근력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내가 왜 거북이마라토너가 될 수밖에 없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그렇게 달리기를 해도 각근력이 안갖춰지는 이유를 잘 납득할 수 없다. 그러나 한번도 걷지 않고 조금씩 뛰었다. 한번만 걸으면 다시는 뛰기 힘들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월드컵 경기장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은 5km를 달리는 동안 앞에도 뒤에도 주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나와 자원봉사 택시기사와 새마을부녀회 아주머니들, 그리고 적십자 학생들만이 뒷마무리에 여념이 없다.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서니 시상식이 막끝나고 거의 파장분위기다. 야간이라 일찍 파장분위기가 되나보다. 아직도 뒤에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열렬히 환영해준다. 역시 가족이 최고다.
 약간의 바람이 불긴 했지만 선선한 기온으로 달리기에는 쾌적했다. 지금껏 7차례의 달리기에서 이만큼 쾌적한 상태서 달리기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풀코스 도전의 대부분 무더운 상태에서 햇빛과 싸우며 뛰었고, 한번은 비를 맞으며 뛰었다. 이날 서귀포 코스는 언덕이 군데군데 놓여 있어서 기록에 다소 악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지만 몸관리가 미흡한 상태서 애당초 서브4는 기대하지 않았고 이만한 기록을 낸 것만도 다행인 듯 싶다.
  이제 올해 풀코스 도전은 끝이 났다. 10월말일 오름(제주의 자그마한 산)마라톤이 있지만 소방서가 주최하는 것이라서 11.9km코스이다. 지난해 한번 뛰어보았는데 산을 오르는 재미가 그만이다. 헉헉대다가  결국 걸어올라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11월 마지막주에 감귤마라톤이 있는데 아쉽게도 거기엔 뛰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 행사엔 주자로서 참가가 아니라 봉사자로서 참가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제 올 하반기 마무리하고 겨울 동계훈련을 어떻게 잘해서 내년 4월이나 6월에 열리는 마라톤에서 서브4를 기대해봐야 할 것 같다.

대회공식기록
포인트    시계시간       랩타임     누적기록
Start      :17:30:53
5km       :17:59:40        28:47        28:47
10.5km   :18:29:04        29:24        58:11
21km     :19;27:08         58:04     1:56:15
26km     :19:57:58         30:50     2:26:05
31.5km   :20:30:30        32:32      2:59:37
Goal      :21:40:18        69:48     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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