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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와 멍에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5. 11. 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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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아는 사람 중에 7대 독자가 한 명 있습니다. 얼마 전에 태어난 그 사람 아들은 8대 독자죠. 누군가, 그 사람의 아들은 8대 독자라는 멍에를 쓰고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요즘은 독자가 많다지만, 그래도 8대 독자는… 모셔야 할 조상만 해도… 제사가 몇 건이며, 벌초해야 할 봉은 몇 개인지… 제가 생각해도 좀 짠하네요. ^^* 오늘은 그 8대 독자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겠습니다.

  굴레가 뭔지 아시죠? 소에 코뚜레를 꿰어 머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동여맨 것을 말합니다. 그 코뚜레로 힘센 소를 힘 약한 사람이 조정할 수 있는 거죠. 그 코뚜레는 소가 어느 정도 크면 채워서 소가 죽을 때까지 차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멍에는 다릅니다. 멍에는,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마소의 목에 가로 얹는 구부정한 나무를 말합니다. 이 멍에는 소의 힘을 빌려 일을 할 때만 소의 목에 겁니다. 소가 태어나서부터 평생 쓰고 있는 것은 아니죠.

  굴레와 멍에는 둘 다 소를 속박하는 것이긴 하지만, 굴레는 죽을 때까지 쓰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멍에는 일을 할 때만 쓰는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에게 적용시켜보면, 노비의 자식, 살인법의 아들… 처럼 평생 벗을 수 없는 게 '굴레'고, 남편의 속박, 가난, 친구와 불화… 처럼 노력에 따라 벗을 수 있는 게 '멍에'입니다.

  "가난이라는 멍에는 노력하면 벗을 수 있다. 굴레처럼 생각하고 자포자기하면 안 된다"처럼 쓸 수 있죠.

  그럼, 8대 독자는 멍에일까요, 굴레일까요? 제 생각에 그건 부모에게 달려있습니다. 부모가 아들을 하나 더 낳으면 8대 독자에서 벗어나므로(벗어날 수 있으므로) '멍에'고, 부모가 애를 낳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평생 8대 독자가 되니, 그것은 '굴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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