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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방송원고 8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1. 2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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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뉴스매거진 2부, <우리말 우리가> 시간입니다.
        몰라서 틀리기도 하고, 또는 습관적으로 잘못 쓰고 있는 우리 말들, 바로 잡아보는 시간이죠!
정     오늘부터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는데요.
        날씨를 표현하는 말 중에서도 잘 못 쓰는 표현이 많다죠?
성     오늘부터 추워진다고 하는데요. 추위를 말할 때, 흔히 “많이 춥다”고 하는데,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는 ‘상당히’ 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많이’는 “수효나 분량, 정도 따위가 일정한 기준보다 넘게”라는 뜻으로,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처럼 씁니다 날씨가 추운 것을 말할 때는 ‘꽤 춥다.’ ‘상당히 춥다’고 해야 합니다.
정     많이 춥다... 많이 덥다.. 흔히 쓰는 표현인데 조심해야겠네요.
성     며칠 전 일기예보에서, “12월에는 맑은 날씨가 많겠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이런 표현도 문제가 있는 표현입니다. 리포터가 하고자 하는 말은 “12월에는 맑은 날이 많겠다.”일 겁니다. 곧, 맑은 날의 수가 많은 것이지, 맑은 날씨 자체가 많은 것은 아니잖아요. 이런 때는, “12월에는 맑은 날이 많겠습니다.”라고 하거나, “12월에는 맑은 날수(날의 개수)가 많겠습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또, 기상 리포터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내일은 맑은 날씨를 보이겠습니다”라는 게 있는데요. ‘맑은 날씨’를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보일 수 있죠?
        “내일은 날씨가 맑겠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우리말은 굳이 말을 비틀어서 멋지게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말 자체가 멋있고 아름답습니다.
정     이번엔 다른 표현을 살펴 볼까요? ‘놀라다’와 ‘놀래다’도 우리가 흔히 혼동하는 말인데..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성     며칠 전에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져서 많은 사람들이 놀랐는데요. 그날 방송국에서 인터뷰 하는 것을 보니 많은 분들이 “깜짝 놀랬다”고 하더군요. ‘놀랬다’와 ‘놀라다’는 다릅니다. ‘놀라다’는 “뜻밖의 일로 가슴이 두근거리다.” 는 뜻으로 ‘고함 소리에 깜짝 놀랐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져서 깜짝 놀랐다’처럼 쓰시면 됩니다.
        ‘놀래다’는 ‘놀라다’의 사동사입니다.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가 사동사잖아요. 그래서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그를 놀래주자.’처럼 남이 놀라게 만드는 것이 ‘놀래다’입니다.
정     또 흔히 잘 못 쓰는 표현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성     저희 집 애 장난감에 보니, ‘하늘은 나르는 슈퍼맨’이라고 써진 장난감이 있더군요. 여기서 하늘을 나르는 슈퍼맨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수퍼맨입니다.
        하늘을 나르는 이라고 쓰면 하늘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이라는 뜻이 되어버립니다. 그게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퍼맨은 하늘을 나는 수퍼맨이라고 써야 합니다. ‘날다’는 불규칙활용동사라서 조심해서 써야 합니다.
정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것 가운데 이런 것도 있어요.
        무엇 무엇 ‘했음으로’가 맞는지, 아니면 ‘했으므로’가 맞는지 헷갈리시는데 이건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성     요즘 연말이라 이런저런 보고서 쓸 일이 많은데요. 보고서에 자주 나오는 ‘있음으로’와 ‘있으므로’는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문법적으로 따지면 어렵고요.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으로’나 ‘므로’를 ‘-때문에’로 바꿔서 말이 되면, ‘므로’를 쓰고, 말이 안 되면 ‘으로’를 쓰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국어학자가 아니므로 깊은 문법은 설명하기 어렵다’에서 ‘국어학자가 아니므로’가 맞는지 ‘국어학자가 아님으로’가 맞는지 헷갈리실때는, ‘므로’를 ‘때문에’로 바꿔, ‘저는 국어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깊은 문법 설명이 어렵다’로 말이 되잖아요. 이런 때는 ‘므로’를 씁니다.
정     가끔씩 우리 글에 남은 일제 잔재도 지적해주시는데 오늘은 어떤 것을 살펴 볼까요?
성     며칠 전에도 일본 외상이 망언을 했던데요. 작년에 외부교에서 성명을 하나 낸 게 있습니다. 그 내용 중에,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우리 민족 해방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다름 아니다’는 일본말을 그대로 가져온 겁니다. 일어 ‘ほかならない’ 를 직역한 것이죠.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는 우리나라 외교부 성명에서 일본식 표현을 쓰면 안 되죠. 우리말로, ‘-이다, -에 불과하다, -일 뿐이다’따위로 쓰시면 됩니다. 따라서, ‘역사를 부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가 아니라 ‘역사를 부인하는 것이다.’하면 됩니다.
정     그런가하면 ‘칠칠맞다’.. 라고 하면 나무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사실은 전혀 다른 뜻이라죠?
성     어떤 사람의 품행이나 옷차림, 행동거지 등이 깨끗하거나 얌전하지 않을 때 “이런 칠칠맞은 녀석아!”라고 하죠. 이건 잘못된 말입니다. ‘칠칠맞다’는 “일처리가 민첩하고 정확하다”라는 좋은 뜻입니다. 얌전하지 않은 아이에게 쓸 때는 “칠칠맞지 않은 녀석아”라고 해야 합니다. 그냥 “칠칠맞은 녀석아”라고 하면, ‘너는 일을 참 잘하는 애다’라는 좋은 뜻이 되어 버립니다. ‘칠칠맞지 못하다’고 야단을 쳐야지, ‘칠칠맞다’고 야단을 치면 안 되잖아요.
정     또 짚어주실 내용은?
성     헷갈리기 쉬운 단어 좀 구별하고 마치겠습니다. 먼저 ‘넓이’와 ‘너비’입니다.
        ‘넓이’는 어디에 둘러싸인 평면의 크기를 말합니다. 넓이가 넓다, 책상 넓이만 한 지도,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다처럼 쓰죠.
        반면, ‘너비’는 “평면이나 넓은 물체의 가로로 건너지른 거리”를 말합니다. 강의 너비, 도로의 너비를 재다처럼 씁니다.
정     헷갈리는 단어,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성     ‘모듬’과 ‘모둠’도 헷갈립니다. 문법적으로 보면 자동사에서 왔느냐 타동사에서 왔느냐의 차이인데요. 여기서는 그것을 떠나서 내가 어떤 것을 모았으면 ‘모둠’을 쓰고, 어떤 것이 자연적으로 모였으면 ‘모듬’을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     조금 헷갈리는데요. 그럼 술집에서 나오는 ‘모둠안주’는 ‘모둠’이 맞나요, ‘모듬’이 맞나요?
성     안주로 나오는 고기들이 인간을 위한 안주가 되겠다고 스스로 모였으면 ‘모듬안주’가 맞고, 그게 아니라 인간이 그 고기를 모아서 안주로 만든 것이라면 ‘모둠안주’가 맞겠죠. 고기가 스스로 인간을 위해서 안주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음식점에서 나오는 것은 ‘모둠안주’와 ‘모둠회’가 맞습니다.
정     재밌네요. 그렇게 헷갈리는 단어가 또 있나요?
성     예, ‘한참’과 ‘한창’도 많이 헷갈립니다. 글로 쓸 때나 발음이 비슷해서 자주 헷갈리는데요. 뜻은 전혀 다릅니다.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 이라는 뜻으로, 한참 뒤/한참 동안처럼 씁니다. 반면, ‘한창’은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를 말합니다.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대학가엔 축제가 한창이다.처럼 쓰죠. 발음은 비슷해서 뜻은 전혀 다릅니다.
정     그럼, 처음 방송할 때 소개해 주신, ‘홀몸’과 ‘홑몸’도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단어죠?
성     예, 그렇습니다. 다시 설명 드리면, ‘홀몸’은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사람” 이고, ‘홑몸’은 “딸린 사람이 없는 혼자의 몸”입니다. 임신한 여자는 배우자가 있어서 임신을 했을 테니까 ‘홀몸’이 아니라 ‘홑몸’이 맞죠.
정     오늘도 성제훈 씨로부터 바른 우리말들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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