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간장]
제 옆에 오늘 면접을 보러 가는 친구가 있습니다.
무척 불안하고 애간장이 타겠죠.
오늘은 그 친구 합격을 빌면서
'애' 이야기 좀 해 볼게요.
'애'는 창자를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는
표현은,
'애끊다'입니다.
'애끊는 사모의 정, 애끊는 통곡'처럼 쓰죠.
창자를 끊으니 얼마나 아프겠어요.
발음이 비슷한
단어로,
'애끓다'가 있습니다.
"몹시 답답하거나 안타까워 속이 끓는 듯하다."는 뜻으로,
'애끓는 하소연, 애끓는 이별'처럼
쓰죠.
이것은 창자를 끓이는 아픔입니다.
창자를 끊는 게 더 아픈지, 끓이는 게 더 아픈지는 모르지만,
둘 다 큰 아픔을
표현하는 말인 것은 확실하죠.
둘 다 표준어입니다.
이런 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두 단어 사이에 이런 차이가 있지만,
둘
다 표준어이고 뜻도 비슷하니,
'애끓다'가 맞는지 '애끊다'가 맞는지 고민하지 마시고,
맘 편하게 쓰시라는 뜻입니다.
^^*
요즘 국어사전에는,
'애'를 "초조한 마음속"이라고 풀어놓은 것도 있습니다.
애를 태우다, 아이가 들어오지 않아 애가
탄다.처럼 쓰죠.
[세 번째/세째]
“자, 조용히 하시고, 이제 찍습니다. 거, 왼쪽에서 두 번째분 좀 웃으세요!”
흔히 사진 찍을 때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오늘은, ‘첫째’와 ‘첫 번째’의 차이를 좀 알아볼게요.
‘첫째’는
사물의 차례나 등급을 나타낼
때 씁니다.
나란히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차례를 나타내므로,
‘둘째 줄의 셋째 학생, 첫째 줄의 둘째 책상’처럼 씁니다.
반에서의 석차, 태어난 형제나 일의 순서, 책의 차례 등도 이 같은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장한 둘째 아들, 국문학 첫째 장,
학급 석차 열셋째 따위로 쓰죠.
‘첫 번째’는
연이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첫 번째
경기(제일회전), 두 번째 경기(제이회전)
두 번째 세계대전(제2차 세계대전), 첫 번째 물음 따위로 쓰죠.
따라서,
트랙을 세 번째 돌고 있는 선수,
미국을 네 번째 다녀오신 선생님 등은 맞는 표현이죠.
그러나
‘우리나라 선수단이
아흔세 번째로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습니다’는 틀립니다.
‘번째’는 반복되는 일의 횟수라고 했잖아요.
입장식에는 어느 나라 선수나
한 번씩만 들어오지 않나요?
우리나라 선수만 수십 번씩 들어올 리가 없잖아요.
‘아흔셋째로’라고 해야 맞습니다.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아프리카 대륙’도 틀립니다.
‘둘째로 큰’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잘
사는 나라’도 마찬가집니다.
‘둘째로 잘 사는’이 맞습니다.
언젠가 텔레비전 프로 ‘진품명품’에서 사회자가 한 말,
“다음에는 세 번째 의뢰인을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도 당연히 틀린 말입니다.
‘세 번째 의뢰인’은 의뢰를 한 번하고, 두
번하고, 세 번째에 또 의뢰한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사회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 방송에서 첫째 소개, 둘째 소개에 이어 다음
소개하는 사람은,
‘셋째 의뢰인’입니다.
어쨌든,
‘번째’는 반복되는 일의 횟수라는 것만 기억하면
‘째’와
‘번째’를 헷갈리지 않으실 것 같네요. ^^*
벗겨지다/벗어지다 (0) | 2006.01.22 |
---|---|
옷걸이/옷거리 (0) | 2006.01.22 |
장을 지지다//불초소생 (0) | 2006.01.22 |
우리말 방송원고 8 (0) | 2006.01.22 |
에/에게 (0) | 2006.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