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이란 무엇인가? 선이란 인간에게 있어서 권력의 감정을, 권력에로의 의지를, 권력 그 자체를 드높여 주는 모든 것이다.”(니체-‘권력에의 의지’ 중에서) 거물 법조 브로커 윤상림 사건을 보면서 “과연 인간사회에서 선은 자기보다 높은 권력(힘)을 향해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법조계와 군(軍) 나아가 정·관계를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거물 브로커 ‘윤상림 사건’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의 정확한 실체는 검찰수사가 끝나야 밝혀지겠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자신보다 큰 권력 앞에 얼마나 약해지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국내에서 갖가지 게이트가 있었지만 이번만큼 다양한 계층의 인사가 동원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지난해 정·관계를 흔들었던 이른바 각종 게이트의 주역들도 윤씨와 연결된다. 윤씨 수첩에는 각계 지도층 인사 수백명의 직접 연락처가 기재돼 ‘단군 이래 최대 브로커’로 통하고 있다.
한낱 기름장수에서 우리나라 정·관계 인사들의 애를 태우게 하는 거물 브로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의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권력에의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같은 사회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윤상림 사건이 일어날 개연성은 매우 높다. 나아가 이 시대 공직자들의 처신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한자리’ 한다는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강하면서,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약해져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권문세가라고 해서 후(厚)하게 섬겨서는 안 된다(權門勢家 不可以厚事也)”며 공직자의 처신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권력(힘)에의 갈망’이 아니라 지나친 힘의 갈망에서 비롯된 타락에서 진실을 구하는 것이다. 200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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