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포장마차에서 회도 파네요.
회 이야기에 앞서서, 설마, 아직도 '곰장어'나 '아나고'를 주문하지는 않으시겠죠? '곰장어'는
'갯장어'나 '먹장어'라고 해야 하고, '아나고'는 '붕장어'라고 해야 합니다.
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횟감으로 가장 흔한 게 '광어'와
'도다리'겠죠? 도다리는 우리말을 쓰면서 광어는 왜 안 쓰는지... 광어(廣魚)에 맞대는 우리말이 뭔지 아세요? 그게 바로 '넙치'입니다.
'넙치'를 두고 '광어'라는 한자를 쓸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설마하니, '넙치'라고 하면 회 맛이 떨어지고, '광어'라고 해야 회 맛이 나는
것은 아니겠죠? ^^*
말 나온 김에, 횟집에서 회를 내 오기 전에 주는 가벼운 안주를 '쯔끼다시'라고 하죠? 이 말은
'突出し'[つきだし]라는 일본말입니다. 갑자기 돌(突), 나타날 출(出)을 써서, 본래의 뜻은, 손님이 생각지도 않았는데 가벼운 안주를 주는
것을 말합니다. 손님이 술 한잔하려는데 안주가 없을까봐 주인이 배려하는 거죠. 흔히 알고 있듯이, 회를 먹기 전에 속풀이 용으로 당연히 나오는
안주가 아닙니다.
이 '쯔끼다시'를 우리말로 바꾸면 뭐가 될까요? 국립국어원에서는 '곁들이'나 '곁들이 안주'로 순화했습니다.
한글학회에서는 '덤음식'을 추천하고, 어떤 분은 '기본반찬'을 쓰는 게 좋을 거라고 하네요. 뭘 쓰건 간에 '쯔끼다시'는 안 써야겠죠?
^^*
한 가지만 더 하자면... '생선회'를 '사시미'라고 하지는 않으시죠? 지금도 가끔 '사시미'라는 단어를 듣긴 하는데요. 이
'사시미'는 일본어로 刺身[さしみ]입니다. 한자를 풀어보면, 찌를 자(刺), 몸 신(身) 자를 써서 칼로 고기의 몸을 찌른다는
의밉니다. 신선한 생선을 회로 먹는 것은 좋지만, 한자가 좀 거시기하죠? ^^* 이런 거시기한 한자를 굳이 쓸 필요가 없고, 더군다나
일본어 '사시미'를 쓸 필요도 없겠죠. ^^*
보태기)
'손님이 술 한잔하려는데 안주가 없을까봐...'에서 '한잔하려는데'를 '한 잔 하려는데'처럼 띄어쓰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한잔하다'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있는 단어는 붙여 쓴다고 말씀드렸죠? ^^* '한잔하다'는
"간단하게 한 차례 술을 마시다."는 뜻입니다.
[우뢰, 우레]
반가운 비가 내렸습니다. 어젯밤에 번개 치고 천둥 치며 세차게 비를 뿌렸는데, 오랜만에
천둥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참 좋더군요.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을 ‘천둥’이라고 하죠? 그
‘천둥’을 한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뢰(雨雷)라고 만들었고, 속없는 학자들이 우리 사전에 그대로
올렸습니다. 그 덕분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어사전에, “소나기가 내릴 때 번개가 치며 일어나는
소리”는 ‘우뢰’라고 나와 있었죠. 그게 표준말로 인정되어서 그대로 사용한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로 잡았습니다.
‘우뢰’는
‘우레’라는 순 우리말을 보고 한자쟁이들이 억지로 만든 말입니다. ‘우레’는 우리말 ‘울다’의 어간 ‘울-’에 접미사
‘-에’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우레’는 토박이말이므로 굳이 한자로 적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 게 아니라, 그러면
안 됩니다. ^^*
‘우뢰’는 이제 표준어 자격을 잃고 사라진 말이니 사용하면 안 됩니다. 천둥과 같이 복수 표준어인 ‘우레’라는 말을
모르고, ‘우뢰’를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우리말 ‘우레’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죠. ‘우레’와 같은 뜻인 ‘천둥’도 표준말입니다.
관용어구로, “많은 사람이 치는 매우 큰 소리의 박수”를, ‘우레와 같은 박수’라고 하죠. ‘그의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처럼 씁니다. 참 좋고 적절한 표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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