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뉴스매거진 2부, <우리말 우리가> 시간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즘같은 때
알아두면 좋은 우리말이 있다고요?
성 이제 올해가 가려면 10여 일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요.
요즘처럼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쓸 수 있는 좋은 우리말을 소개드릴게요.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다.”는 뜻의 단어로 ‘매조지다’가
있습니다. “올해를 잘 매조이어 내년을 준비하자”처럼 쓸 수 있죠. 좋은 우리말이니까 적절한 때에 써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설마, “올해를 잘 오사마리해서 내년을 단도리하자”라고 하시는 분은 안계시겠죠?
정 단도리란 말도 많이 쓰는데, 일본말이죠?
성 예, ‘단도리’는 준비하다는 뜻의 일본말입니다. 써서는 안 될 말이죠.
정 또 하나 여쭤보고 싶은데요. 몹시 슬프거나 무척 불안할 때, 애간장을 끓인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애를 ‘끓이다’가 맞나요, ‘애를 끊다’가 맞나요?
성 ‘애’는 창자에 맞대는 순
우리말입니다. 큰 슬픔을 표현할 때, 애를 끓이다 나 끊다고 하는데요. 창자를 끓이는 거나 끊는 거나 모두 큰 고통이 따르겠죠. ‘애끓다’와
‘애끊다’모두 표준말입니다.
정 ‘애간장 타들어간다’는 말도 있잖아요...
성 ‘애’를 강조한 게 ‘애간장’입니다. 애간장을 저미다, 애간장을 말리다, 애간장을 녹이다,
애간장이 타다... 모두 표준말입니다.
정 네. 또 하나 궁금했던 것.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사람을 보고, "옷걸이가 좋으니 뭘 입어도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 ‘옷걸이’가 맞나요, ‘옷거리’가 맞나요?
성 옷걸이와 옷거리는 발음은 비슷해도 뜻은 다릅니다. '옷걸이'는 "옷을 걸어 두는
도구"나 "옷을 걸어 두도록 만든 물건"이고, '옷거리'는 "옷을 입은 맵시"를 말합니다. 따라서, 몸매가 좋아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사람은, ‘옷걸이’가 좋은 게 아니라, ‘옷거리’가 좋은거죠.
정 아...옷거리라는
말 기억해 두어야겠군요...
성 예, 옷거리가 좋다/옷거리가 늘씬하다/옷거리 맵시가 좋다처럼
씁니다. 옷맵시를 나타내는 우리말에, '맵자하다'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모양이 제격에 어울려서 맞다."는 뜻으로, 옷차림이 맵자하다./옷거리가
맵자하다처럼 씁니다.
정 얼마전에 노래가사 틀린 것도 지적해 주셨는데, 전선야곡에 나오는
‘정한수’란 말도 틀린거라면서요?
성 전선야곡은 6·25전쟁 당시 발표된 진중가요죠. 전쟁에
나간 자식이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인데요. 노래 가사중에 ‘정안수 떠놓고서 이 아들의 공 비는...’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정안수’가 아니라 ‘정화수’라고 해야 합니다. 정성을 들이거나, 약을 달이는 데 쓰기 위해 이른 새벽에 길은 우물물은
‘정안수’나 ‘정한수’가 아니라 ‘정화수(井華水)’입니다.
정 네..또 어른들이 자주 쓰시는
짜구나게 생겼다는 말도 잘못된 거라고요?
성 뭘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불룩 튀어나온 것을
보고, 짜구나게 생겼다고 하는데요. '짜구'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다만, 가축이 뭘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붓는 병이 있는데요. 그 병 이름이
'자귀'입니다. 이 ‘자귀’를 따서, 사람이 너무 많이 먹었을 때 짜구난다고 하는 것 같은데요. 별로 좋지도 않은 말이고, 사전에도 없는 말이니
쓰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정 고향 내음 할 때 이 ‘내음’도 잘못된
단어라는데, 그런가요?
성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을 ‘냄새’라고 하는데요. 이
단어를 ‘내음’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고향 냄새’보다 ‘고향 내음’이 왠지 더 정감 있게 들리기도 하는데요. ‘내음’은 경상도
지방에서 쓰는 사투립니다. 표준말이 아닙니다. 사투리라고 다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투리도 지방 특색을
담고 있는 우리말입니다. 다만, 사투리인 것을 알고 쓰시라는 거죠. 또, 드라마에서 자주 틀리는 것 중 하나가, 방귀입니다. ‘음식물이 배
속에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기어 항문으로 나오는 구린내 나는 무색의 기체’는 ‘방구’가 아니라 ‘방귀’입니다. ‘방구’는 강원, 경기, 경남,
전남, 충청지방에서 쓰는 사투립니다.
정 네...이번엔 조바심 갖다의 ‘조바심’ 어원을 설명해
주신다고요?
성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임. 또는 그렇게 졸이는 마음"이나 “무척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을 조바심이라고 하는데요. '조바심'에서 '조'는 곡식 조입니다. 오곡밥 해 먹을 때 쓰는 조죠. '조바심'에서 '바심'은
"곡식의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는 일"인 타작(打作)에 맞대는 순 우리말입니다. 따라서 '조바심'은 "조를 타작하는 일"이
되겠죠. 이 조는 귀가 질겨 줄기에서 조를 떨어내기가 힘듭니다. 타작하기가 힘든 거죠 그래서 조를 떨 때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여기저기에 비비게 되는데요. 바로 이렇게 조를 탈곡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 초조해 하는 것을 조바심이라고 한겁니다.
정 ‘너 그러면 죄받는다, 혹은 벌 받는다’ 이런 말도 가끔 쓰는데, 뭐가 맞는 거죠?
성 죄와 벌을 혼동하여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 쓰는 "너 그러면 죄 받는다."라는 말은
잘못된 것인데요. '죄(罪)'는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로, 죄를 범하다/죄를 짓다처럼
씁니다. '벌(罰)'은 "잘못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으로, 벌을 내리다/벌이 무겁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너 그러면 죄 받는다."라는 말은, "너 그러면, 곧 그런 죄를 지으면, 벌 받는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정 네, 죄는 짓는 거고, 벌은 받는 거네요.
성 그렇죠. ^^*
정 그리고 이것도 좀
헷갈리는데요. 몇 퍼센트, 몇 프로, 뭐가 맞는 건가요?
성 내년에 경제성장 5%...라고 할
때, 이 표시를 퍼센트라고 읽는 분도 계시고, 프로라고 읽는 분도 계시는데요. 둘 다 표준말입니다. 복수 표준어죠. ‘퍼센트’는 영어의
‘percent’에서 온 말이고, ‘프로’는 네덜란드 어 ‘procent’가 변한 말입니다. 실은 이것도
우리말이 있습니다. 할푼리모 할 때 ‘푼’이 바로 이 %에 해당하는 우리말입니다. 칠푼이, 팔푼이라는 말 있잖아요. 그때 쓰는 푼이 바로 %에
해당합니다.
정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는 다르죠?
성 전혀 다릅니다. 퍼센트는 100에 얼마라는 뜻이죠. 5%는 100에 5라는 의미잖아요. 그
퍼센트를 더하거나 빼서 나온 값에는 포인트를 붙여줍니다.
정 조금 헷갈리는데, 예를 들어
설명을 좀 해주시면?
성 작년 경제 성장률은 4%였고, 올 경제 성장률은 5% 였다면, 올
경제 성장률은 작년에 비해 1% 포인트 오른겁니다. 5%에서 4%를 뺀 1%, 곧, %에서 %를 뺐기 때문에 뒤에 포인트를 붙여 줍니다.
정 네 오늘도 성제훈 씨로부터 바른 우리말들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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