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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끼적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2. 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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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어떤 분이, 글씨를 아무렇게나 쓰는 걸 보고, '끄적이다'고 하는 게 맞는지, '끄적거리다'고 하는 게 맞는지 물어오셨습니다. 어떤 게 맞을 것 같아요?  답은 '둘 다 틀리다'입니다.
"글씨나 그림 따위를 아무렇게나 쓰거나 그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는, '끼적끼적'입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끼적이다', '끼적거리다', '끼적대다'입니다. 글씨를 끼적이다/몇 자를 끼적거리다/수첩에 뭔가를 끼적거리고 있었다처럼 씁니다. '끄적이다/끄적거리다'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놀라셨죠? 우리가 이렇게 우리말을 모르고 있습니다.
"글씨를 아무렇게나 마구 쓰다"는 뜻으로, '갈겨쓰다'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한자를 워낙 갈겨써서 무슨 자인지 알아볼 수가 없다./백지에 갈겨쓴 낙서처럼 씁니다. 이 단어도 '날려쓰다'로 쓰시는 분이 있습니다. '날려쓰다'도 사전에 없는 단어입니다.
머리를 너무 믿지 마시고, 의심나면 사전을 뒤져 보시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합니다.
보태기) '끼적끼적'은 "매우 달갑지 않은 음식을 자꾸 마지못해 굼뜨게 먹는 모양."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울궈먹다 >> 우려먹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어떤 간 큰 사람이 고위 공무원에게 전화해서,  “당신이 바람피운 것을 알고 있으니 어디로 돈을 넣어라 그렇지 않으면...”이라고 사기를 쳤는데,  많은 사람이 실제로 돈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기를 쳐서 돈을 울궈먹은 사람이나,  그렇다고 제 발 저려 돈을 준 사람이나... 쯧쯧... 불쌍하긴 마찬가지네요. ^^*
위에서 처럼, 어떤 구실로 달래거나 위협해서 제 이익을 챙기거나 무엇인가를 억지로 얻어내는 것을 ‘울궈낸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울궈내다’라는 말은 사전에 없습니다.  이것은 원래 ‘우리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으로 표준어 형태로는 ‘우려내다, 우려먹다’입니다. 따라서 ‘돈을 울궈내다’가 아니라 ‘우려내다,우려먹다’로 해야 합니다.
‘우리다’라는 말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물에 담가서 그것의 성분이나 맛을 풀어서 낸다는 뜻이 있죠.  이 차는 여러 번 우려먹어도 맛과 향이 좋군요. 물속에 담가 두었다가 쓴 맛을 우려내야 해요.  한약은 여러 번 우려먹어도 괜찮다. 쇠뼈를 세 번이나 우려먹었다처럼 씁니다.
한 가지 뜻이 더 있는데,  바로, 이미 썼던 내용을 다시 써먹다는 뜻입니다.  ‘그 친구는 도대체 똑같은 얘기를 몇 번이나 우려먹는지 모르겠군.’처럼 씁니다. 저도 그동안 먼저 배웠다는 코딱지만 한 지식을 많이도 우려먹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또 당분간 우려먹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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