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오늘은 지난주 시간 때문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깍쟁이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성 ‘도토리’ 아시죠? 도토리를 세워서 보면 밑 부분에 열매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술잔처럼
생긴 밑받침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깡정이’입니다. 흔히, 이기적이고 인색한 사람, 또는 자기 것만 챙기려 드는 사람을 ‘깍쟁이’라고
하는데, 이 깍쟁이가 바로 도토리 ‘깍정이’에서 온 말입니다. 도토리 깍정이가 열매를 움켜쥐고 있는 모양을 보고, 자기 것을 놓칠세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 ‘깍쟁이’라는 단어를 만든 겁니다.
정 아... 깍쟁이처럼 또 그렇게
재밌는 어원에서 온 말이 있나요?
성 예, 흔히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을 보고
‘쑥맥같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숙맥[숭맥]’이 바른말입니다. ‘숙맥’은 콩 숙(菽)자, 보리 맥(麥) 자를 써서 콩과 보리도 구별 못하는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그런 뜻이 변해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거나, 너무 숫기가 없는 사람을 ‘숙맥같다’고 합니다.
정 가끔 이런 재밌는 어원, 소개해 주시면 좋겠네요.^^ 그런데 집에서 못 박을 때
쓰는 망치가 틀린 말이라면서요?
성 예, 집에서 흔히 쓰는 못 박는 연장은 ‘망치’가 아니라
‘마치’입니다. ‘망치’는 옛날 대장간에서 불에 달군 쇠를 두드리는 데 쓰는 큰 쇳덩어리를 말합니다. 흔히 집에서 쓰는, 우리가 망치로 알고
있는 연장의 100배 쯤 되는 큰 연장이 ‘망치’고, 집에서 못 박는 데 쓰는 연장은 ‘마치’입니다.
정 또 연장 중 ‘장도리’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맞는 건가요?
성 예, 장도리는 한쪽으로는 못을 박고 다른쪽으로는 못을 빼는 데에 쓰도록 만든 연장입니다.
못을 빼는 쪽은 쇠가 넓적하고 둘로 갈라져 있는데, 그 모양이 노루의 발 같다고 하여 ‘노루발장도리’라고도 합니다.
정 공사장에서 대못을 뽑을 때 쓰는 지렛대만 한 긴 공구를 ‘빠루’라고 하잖아요.. 이
말은요?
성 공사장에서 쓰는 한쪽 끝은 장도리 모양으로 만들어 못뽑이로 쓰고, 다른 끝은
평평한 날로 되어 지렛대로 쓸 수 있게 만든 연장은 ‘배척’입니다. ‘빠루’는 아마도 일본말 같습니다. 그런 일본말은 빨리 결딴내버리고
싶습니다.
정 지금 일본말을 결딴낸다고 하셨는데, 결딴내는 게 맞나요, 절단내는 게 맞나요?
성 “어떤 일이나 물건 따위가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다.”는 뜻의
단어는 ‘결딴나다’입니다. 이 ‘결딴나다’의 사동사가 ‘결딴내다’죠. 일본말을 결딴낸다고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근데, 이 ‘결딴내다’를
‘절단내다’라고 알고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절단내다’가 아니라, ‘결딴내다’입니다.
정
‘결딴내다’는 단어가 “어떤 판단을 내린다”는 ‘결단(決斷)’이란 단어에서 왔나요?
성
아니요. ‘결딴내다’는 한자 ‘결단’과 아무 상관없습니다. 결딴은 순 우리말입니다.
정 아..
결딴이 순 우리말이었군요... 그리고 퇴근길에 가게에 들러 뭘 좀 사오라 할 때, ‘들려’가 맞는지 ‘들러’가 맞는지도 늘
헷갈리는데요..
성 예,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나 “거쳐가다”는 뜻의 단어는
‘들르다’입니다. 따라서 ‘가게에 들러’ 뭘 좀 사오라처럼 해야 합니다. ‘들려’는 ‘소리를 듣다’할 때 ‘듣다’의 피동형입니다. 어디서
음악소리가 들렸다처럼 쓰죠. 퇴근길에 가게에 들르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
정
라면을 끓여놓은 지 오래되면 면발이 불잖아요. 그런데 이 불다라는 말도 잘못 쓰는 말이라면서요?
성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나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는 뜻의 단어는 ‘붇다’입니다.
동사 ‘붇다’는 ㄷ 불규칙 활용을 하기 때문에 자음앞에서는 ‘붇’이지만, 모음으로 된 어미 앞에서 어간 끝음절 ‘ㄷ’이 ‘ㄹ’ 바뀌어 ‘불’이
됩니다. 따라서, ‘강물이 불어서 건널 수 없다.’, ‘재산이 불으니 기분이 좋다’처럼 쓰게 됩니다. 그러나 ‘라면이 붇기 전에
먹자’에서는 ‘붇다’ 다음에 ‘기’(자음)가 오므로, ‘불기 전에’가 아니라 ‘붇기 전에’라고 써야
합니다.
정 ‘불다’와 ‘붇다’ 헷갈리네요. ‘붓다’도 있고...
성 ‘붓다’는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는 뜻으로 얼굴이 붓다, 눈이 붓다처럼
쓰고, “부어서 말하기가 어렵다”처럼 활용합니다.
정 오늘도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단어
하나 소개해 주셔요..
성 오늘은 ‘낫다’와 ‘낮다’로 장․단음을 설명 드릴게요. ‘낫다’는
[낟:따]로 길게 발음하며,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병이나 상처 따위가 고쳐져 본래대로 되다”고, 다른 하나는, “보다 더 좋거나
앞서 있다”는 뜻입니다. ‘낮다’는 [낟따]로 짧게 발음하며 “아래에서 위까지의 높이가 기준이 되는 대상이나 보통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는 뜻입니다. 산이 낮다. 책상이 낮다처럼 씁니다.
정 그런데 정작 ‘헷갈리다’라는 말을
쓸 때도 헷갈리다, 헛갈리다, 섞갈리다...어려운데요!
성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는 뜻의
단어는 ‘헷갈리다’도 맞고 ‘헛갈리다’도 맞습니다. 둘 다 많이 쓰는 단어라서 하나만을 표준어로 삼기 힘들어 복수 표준어로 만든 겁니다. 비슷한
단어로 ‘섞갈리다’도 있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게 여러 가지가 한데 뒤섞이다”는 뜻인데,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 고르기가 머리 아플 때는
헷갈리다/헛갈리다/섞갈리다 중 아무거나 쓰셔도 됩니다.
정 발목에 있는 뼈를 복숭아뼈나
복상씨라고 하는데요...
성 “발목 부근에 안팎으로 둥글게 나온 뼈”가 복숭아 씨를 닮아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요. ‘복상씨’는 복숭아 씨라는 말인데 사투리고요, ‘복숭아뼈’는 ‘복사뼈’를 잘못 말한겁니다. “발목 부근에 안팎으로
둥글게 나온 뼈”는 ‘복사뼈’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단어로 ‘장딴지’가 있습니다. “종아리 뒤쪽의 살이 불룩한 부분”을 말하는데요. 장단지
인지 장딴지인지... 소리나는 대로 ‘장딴지’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고들빼기’, ‘곱빼기’도 소리나는 대로 ‘빼기’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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