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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레인과 굴착기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2. 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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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입니다. 어떤분의 부탁으로 짧은 글을 하나 써서 보냈더니, 몇 가지 교정을 해서 보내왔더군요. 그 중 하나가 제가 쓴 '포클레인'을 '굴착기'로 바꾼겁니다. 제가 '굴착기'를 두 줄로 긋고 '포클레인'으로 다시 수정해서 보냈더니, 이번에는 전화를 하셨더군요. "포클레인은 '굴착기'를 만드는 프랑스 한 회사의 이름일 뿐이다. 굴착기로 써야 한다."
거기에 대고 제가 잔소리를 좀 했는데요. 여기에 소개하면,
1. 포클레인이 굴착기를 만드는 프랑스 회사이름인 것은 맞다.
2. 일본에서는 '굴착기'에서 어려운 뚫을 착(鑿) 자 대신에 발음이 [사쿠]로 같은 깍을 삭(削)자를 쓴다. 따라서 '굴삭기'라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은 일본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굴삭'은 '땅파기'로 순화하고, '굴삭기'는 '굴착기'로 순화해서 쓰도록 나와있다.
3. 표준국어대서전에서 '굴착기'를 찾아보면, "땅이나 암석 따위를 파거나 파낸 것을 처리하는 기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나온다. 우리가 생각하는 '포클레인'은 그 굴착기의 한 종류다.
   굴착기에는 불도저, 삽차, 착암기, 심지어 준설선까지 다 포함된다. 굴착기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넓다.
4. 따라서, 흔히 우리가 말하는 오무렸다 폈다 하는 거대한 팔뚝에다 큰 바가지를 달아 흙을 파거나 옮기는 기계는 '포클레인'이라고 쓰는 게 맞다.
  더군다나 표준국어대사전에 '포클레인'이 올라있다. 포클레인(Poclain) : 삽차. 포클레인을 조작하다/포클레인 한 대로 흙을 파헤치다.
이렇게 주장을 했지만, 결국 제가 졌습니다. 그 사람이 만드는 책이니 그 사람 뜻에 따라 알아서 교정하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쓰실래요? ^^*

 

저는 좀 다른 이야기나 하면서 오늘 편지를 마칠게요.
앞에서 제가 쓴 글에 몇가지 교정을 해서 보내왔다고 했는데요.
'교정'이 뭐죠?
글을 고치는 것이죠? ^^*
교정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14가지 뜻이 나오는데, 출판과 관련된 뜻만 보면,
교정(校正)은, "교정쇄와 원고를 대조하여 오자, 오식, 배열, 색 따위를 바르게 고침."입니다.
교정(校定)은, "출판물의 글자나 글귀를 검토하여 바르게 정하는 일."입니다.
교정(校訂)은, "남의 문장 또는 출판물의 잘못된 글자나 글귀 따위를 바르게 고침."입니다.
비슷비슷하죠? 좀 쉽게 풀어보면, 교정(校正)은 가장 단순한 '바로잡기'고, 교정(校訂)은 문장 전체를 '뜯어 고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맞춤법 틀린 곳만 수정하는 게 아니라 문맥에 맞게 다시 쓰는 것도 포함하고 있죠.
여기에 교열(校閱)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문서나 원고의 내용 가운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고치며 검열함."이라는 뜻으로, 교정(校定)+교정(校訂) 정도 될 것 같네요.
복잡하죠?
그냥 쉽게 '고침'하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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