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라고 하면 조선시대의 당파 싸움이나 사화(士禍)같은 부정적인 면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선비란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통해 끊임없이 수양하면서 가정과 사회, 천하를 평화롭게 해야 하는(修身齊家治國平天下) 의무를 가진 사람이었다.
중국의 고경(古經)인 ‘주례(周禮)’에는 “도덕으로 민심을 얻는 사람을 선비라 한다(以道得民 謂之儒:天官편)”고 전해진다. 이로 미뤄보면 단순히 글이나 읽고 행실이 얌전한 사람을 선비라고 하지 않았다. 최소한 선비라는 호칭을 들으려면 학문과 도덕을 겸해 백성을 구제할 능력을 지녀야 했다. 어원적으로 보면 선비라는 말은 관직을 가진 ‘士(선비 사)’나 성리학적 소양의 ‘儒(선비 유)’로 표현된다. 즉 선비는 삶 자체를 곧 공부로 삼아서 항상 학문과 실천을 일치시키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이행하고, 뜻을 얻으면 관직에 나가 천하를 다스렸던 지성인이었다.
우주선이 수시로 날아다니고 복제인간이 거론되는 이 시대에 ‘웬 선비타령이냐’고 할 지 모르겠다. 공자와 맹자를 숭상하며 사서오경을 공부하고 덕으로 백성을 교화하는 왕도(王道)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선비들의 삶과 이상은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급변하면서 삶의 방식이 바뀌어 가지만 지금의 한국인을 만든 문화적 기반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한국의 선비정신을 말할 수 있다.
인간의 도리를 배우고 익히면서 실천하는 선비정신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줄 것이다. 오늘날의 선비는 전문 지식과 도덕적 양심을 가지고 사회적 공론을 이끌어내고 실천하는 지성인이다. 더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심을 버리고 봉사할 수 있는 인간이어야 한다. 5·31 지방선거 결전일이 다가온다. 그러나 참다운 선비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이다. <2006.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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