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盜賊

세상보기---------/마음대로 쓰기

by 자청비 2006. 4. 2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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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을 위해 해독을 제거하는 일은 목민관의 임무이니 첫째는 도적이요, 둘째는 귀신붙이요, 셋째는 호랑이다. 이 세 가지가 사라져야 백성들의 재앙이 없어질 것이다.” <정약용 ‘목민심서’에서> 귀신붙이나 호랑이는 사라졌지만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도적은 여전하다. 도적에도 유형이 있다. 생계 때문에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쳐나오는 작은 도적이 있는 반면 부(富)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음으로써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 큰 도적이 있다.


 

  …/돈으로 옷해 입고 돈으로 모자해 쓰고 돈으로 구두해 신고 돈으로 장갑해 끼고/…/디룩디룩 방댕이,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뿅뿅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가래 끓는 목소리로 응승 거리며 나온다/털 투성이 몸둥이에 혁명 공약 휘휘 감고/…/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 들고 대갈 일성, 쭉 째진 배암 혓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김지하 ‘오적’에서> 김지하 시인이 30여년전 그린 큰 도적들의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큰 도적들이 긁어모으는 돈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거대한 부를 쌓아온 재벌기업의 비리 때문이다. 이들은 문제가 터지자 엄청난 액수의 돈을 내놓고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한다. 권력을 미끼로 공천 장사하느라 여념없는 정치인들에게서도 썩은 돈 냄새가 진동한다. 그들은 돈을 주고받는 현장에서 붙잡혀도 할 말이 많다. 참회의 눈물을 흘리지는 못할지언정 모든 것이 상대방의 음모요, 박해라고 항변한다.


 

  후안무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나돈다. 부와 권력 앞에서는 법도 흔들렸다. 사회에 큰 도적들이 횡행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법이 공정해야 한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제43회 법의 날이다. <2006.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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