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분이 안 풀리네요. 스위스전 때 심판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된 겁니다. FIFA 규정을 봐도 그렇고...
이건 뭔가 야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제심판이라는 사람이 어찌 그런... 아무리 자질이 딸리기로서니... 다른 경기에서는
그따위 짓거리 하지 말길 길며, 그 심판에게 연민의 정을 담아 오늘 편지를 씁니다.
"남에게 드러내지 아니하고 우물쭈물하는 속셈이나 수작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야로'입니다. 이 일에는 무슨 야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처럼 씁니다. 이 단어는 일본어 냄새가 물씬 풍기죠?
やろ[야로]에서 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야로'는 우리말입니다.
일부 사전에서 속어로 처리했지만, 속어로 보건 안보건, 뜻이
속되건 아니건 간에, 일본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스위스전 때 심판에게 정말 야로가 있었을까요? ^^*
우리말123
^^*
한 경기에서 경고를 두 번 받으면 퇴장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경고 카드 3장을 받고서야 퇴장당한 일이 있었죠. 이 뉴스를
다루면서, 거의 모든 기사에서, "심판의 실수로 경기를 계속 진행시켰다."라고 나오네요.
경기를 계속 진행시키는 게 아니라 경기를 계속
진행하는 겁니다. '시키다'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게 하다. 또는 하게 만들다"라는 뜻으로, 인부에게 일을 시키다, 선생님은
지각한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키셨다처럼 씁니다. 남에게 어떤 일을 하게 만드는 게 시키는 것입니다.
경기에서, 심판은 운동선수에게
경기 진행을 시키는 게 아니라, 자기가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잖아요. 이를 마치 심판이 다른 사람에게 경기 진행을 부탁하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되죠. 심판은 경기를 진행하는 겁니다. 우리말을 똑바로 쓰는 기자가 많아지길, 아니 우리말을 똑바로 쓰지 못하는 기자가 없어지길 빕니다.
^^*
우리말123 ^^*
히딩크 감독이 호주 대표팀의 감독이라서 응원하시는 분들이 많았죠? 흔히, 히딩크를 말할 때, '우리나라 대표팀의 감독을
역임한'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 쓴 '역임'이라는 단어는 틀린 겁니다.
역임(歷任)은, "여러 직위를 두루 거쳐
지냄"이라는 뜻입니다. 두 개 이상의 직위를 들면서 그 직위를 역임했다고 말해야 합니다. 곧, 아무개가 교육부장관, 농림부장관을 역임했다는 말은
맞지만,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했다는 말을 틀린 거죠.
자리 하나만을 들 때는, '지내다'는 단어를 쓰면 됩니다.
'우리나라 축구 감독은 지낸...'처럼 쓰시면 되죠. 그러나 '역임'은 한 자리건 두 자리건 간에, '거침'이나 '지냄'으로 순화해서 쓰는 게
더 좋습니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히딩크가 이번에도 멋진 기적을 만들어내길 빕니다. ^^*
우리말123 ^^*
'스위스를 넘어 16강으로...'할 때, '넘어'가 맞을까요, '너머'가 맞을까요? '너머'와 '넘어'는
발음이 같고 뜻도 비슷해 헷갈릴 수 있는데요. 간단히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넘어'는 '넘다'라는 동사에서 온 것입니다.
일정한 수치에서 벗어나 지나다, 높은 부분의 위를 지나가다, 경계를 건너 지나다, 일정한 기준, 정도 따위를 벗어나 지나다는 뜻이 있죠. 적군은
천 명이 훨씬 넘었다, 산을 넘다, 그의 노래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지 못한다처럼 씁니다.
그러나 '너머'는, "높이나 경계로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을 뜻하는 명사로, 공간적인 위치를 나타냅니다. 고개 너머, 산 너머처럼 쓰이죠. 정리하면, '넘어'는
'넘다'라는 동사의 '-아/어'형 어미가 연결된 것으로 품사는 동사이고, '너머'는 명사로 공간적인 위치를
나타냅니다.
우리말123 ^^*
월드컵 하면 길거리 응원이 떠오르는데요. 길거리 응원하는데 필요한 야광 뿔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하네요. 여기서 날개 '돋친
듯'이 맞을까요, '돋힌 듯'이 맞을까요? 답은 '돋친 듯'이 맞습니다. 우리 사전에 '돋히다'는 단어는 없습니다. "속에 생긴 것이 겉으로
나오거나 나타나다."는 뜻의 단어는 '돋다'입니다. 이 단어는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가 아니라 자동사입니다. '나뭇가지에 싹이 돋다, 이마에
땀이 돋다, 나뭇가지에서 새 움이 돋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자동사로 쓰이니 피동이 될 수 없죠.
'돋친 듯'은 '돋다'에 힘줌말 '치'가
들어간 것입니다. 날개가 그냥 돋은 게 아니라 힘차게 돋친 거죠. ^^* 따라서, '야광 뿔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해야
맞습니다.
우리말123 ^^*
보태기)
일반적으로 어떤 단어에 '치'가 붙으면 힘줌말이 됩니다. 부딪히다/부딪치다,
돋다/돋치다, 밀다/밀치다, 밭다/밭치다, 받다/받치다, 넘다/넘치다 따위가 그런 단어입니다.
흔히, '우승을 넘보다'는 말을 쓰는데요. 여기에 쓴 '넘보다'는 잘못된 겁니다. '넘보다'는, "남의 능력 따위를 업신여겨
얕보다"는 뜻으로 깔보고 얕보다는 뜻의 단어입니다. 내가 직급이 낮다고 그렇게 넘보지 마시오처럼 씁니다. "무엇을 이루려고 모든 마음을 쏟아서
눈여겨보다."는 뜻의 단어는, '넘보다'가 아니라, '노리다'입니다.
어떤 책에는, '넘보다'가 아니라 '넘겨다보다'가 맞다고 하는데,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은, '넘보다', '넘겨다보다', '넘어다보다'를 같은 단어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16강을 넘보는 게
아니라, 16강을 노리고 있는 겁니다. ^^*
우리말123 ^^*
프랑스전에서 프랑스의 골이 골라인을 넘었느냐 아니냐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은 금, 줄, 선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금'은,
'긋다'에서 온 말로, "접거나 긋거나 한 자국"입니다. 연필로 금을 긋다처럼 씁니다. '금'은 이쪽에서 저쪽까지 그은 흔적이죠.
'줄'은, "무엇을 묶거나 동이는 데에 쓸 수 있는 가늘고 긴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줄로 묶다, 줄을 감다, 줄을 당기다처럼
씁니다. '줄'은 뭔가를 묶는 일종의 도구죠. '선(線)'은, "그어 놓은 금이나 줄"로, 선을 긋다, 선이 똑바르다처럼 씁니다. "철선이나
전선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도 쓰여, 진공청소기의 선이 짧아서 베란다는 청소할 수가 없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선'은 '금'과
'줄'의 뜻을 다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그럼, 'before it had crossed the line'에 나온, line은 금, 줄, 선
중 어떤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줄'은 아니고, '금'이나 '선'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금, 줄, 선이 같은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다르답니다. ^^*
우리말123 ^^*
졸이다와 조리다의 차이를 말씀드릴게요. 졸이다의 명사형인 '졸임'과 '조림'은 발음이 같아 많이 헷갈리는데요. '졸임'은
'졸이다'의 명사형으로 '마음을 졸이다'처럼 조마조마한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고, 갈치조림처럼 국물 없이 바특하게 끓이는 것은
'조리다'의 명사형인 '조림'입니다. 따라서, 축구 경기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는 것이고, 술안주로 좋은 것은 생선 조림입니다. ^^* 구별하기
쉽죠?
우리말123 ^^*
월드컵 축구장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아세요? 국제축구연맹이 정한, 국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의 크기는, 길이 105m, 폭
68m입니다. 이걸 보고, '넓이'와 '너비'를 구별해 볼게요. '넓이'는, "일정한 평면에 걸쳐 있는 공간이나 범위의 크기"로,
축구장의 넓이는 105*68=7,140m2입니다. '너비'는, "평면이나 넓은 물체의 가로로 건너지른 거리"로, 축구장의 너비는
68m입니다.(보기에 따라 105m가 될 수도 있죠.)
좀 쉽게 보면, '넓이'는 어디에 둘러싸인 평면의 크기를 말하고, '너비'는 가로로
건너지른 거리를 말합니다.
우리말123 ^^*
오늘은, 경기와 시합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경기(競技)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기량과 기술을 겨룸. 또는 그런 일."을 뜻하고,
시합(試合)은, "운동이나 그 밖의 경기 따위에서 서로 재주를 부려 승부를 겨루는 일"을 뜻합니다.
뜻은 거의 비슷하죠? 그러나 태생은
다릅니다. 시합은 しあい[시아이]라는 일본어에서 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겨루기'로 순화해서 쓰도록 권하는 말이죠. '시합'보다는
'경기'라는 말이 더 좋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말은, '겨룸'이나 '견줌'이라는 단어입니다. 겨룸은, "서로 버티어 힘이나 승부를
다투는 일"이고, "둘 이상의 사물을 질이나 양 따위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는 단어가, '견주다'잖아요. 동사
'견주다'의 명사형이 '견줌'입니다.
우리말123 ^^*
보태기)
경기/시합처럼 뜻은 비슷하지만 하나는 일본에서 온 단어인
경우가, 계좌/구좌입니다. 구좌는 こう-ざ[고우자]라는 일본어에서 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계좌'로 순화했습니다.
요즘 국민의 모든 신경이 월드컵 경기에 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번 기회에 경기와 관련
있는 우리말이나 맞춤법을 소개하는 것도 뜻깊은 일인 것 같아, 월드컵 기간에는 그런 우리말이나 맞춤법을 중심으로 우리말편지를 쓸게요. ^^*
다음 경기도 '이대일'로 이기길 빌면서, 오늘은 '이대일'의 띄어쓰기를 알아볼게요.
여기에 쓰인 '대'는, 대할 대(對), 또는 상대 대
자로, "사물과 사물의 대비나 대립을 나타내는 말"을 뜻합니다.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 개인 대 개인, 지상 대 공중, 청군 대 백군처럼 앞
낱말과 띄어 씁니다. 따라서, 이대일도, '이 대 일'로 띄어 써야 합니다.
우리말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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