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서중 이설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진 학부모와 도교육청간 갈등이 잠시 봉합됐다. 그러나 그 이면을 찬찬히 훑어보면 백년대계라는 교육행정이 얼마나 즉흥적으로 이뤄지는지 알 것 같다. 교육청은 지난 2002년부터 신제주 일대 포화상태의 초등학교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가칭 제성초교를 개교키로 하고 학교터 매입을 추진해왔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것이 현재 제주서중이 이설하려는 곳이다.
그러나 당시 제주시도시계획심의위가 심의결과 대도로변이어서 초등학교 터로는 부적합하다는 회신을 교육청에 보내왔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기존 제주서중을 새 터로 옮기고 제성초교를 현 제주서중 터에서 개교키로 했다. 교육청이 치밀한 조사없이 신설 초등학교 터로 결정했다가 초등학교터 불가라는 판정이 나자 기존 중학교와 바꿔치기라는 묘수를 짜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초등학교용으로 마련된 좁은 터에 학생수 1천6백명이 넘는 대형 중학교를 수용하는 무모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교육수요자인 학생 및 학부모 의견수렴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좁은 터에 완공된 신축 학교는 운동장이나 교사면적이 기존 학교의 절반이하 수준으로 법적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교실면적도 향후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기존 교실 크기보다 작게 지어졌다. 기존 학교에 있는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은 물론 당초 설계상에 있던 체육관과 지하주차장, 교실 8실 등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갖춰지지 않았다.
새 교사의 여건이 이러할진대 어느 학생이나 학부모가 옮기고 싶어 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제주서중은 학급당 학생수가 40명이 넘어 과밀학급 해소가 절실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설후에도 과밀학급 해소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학교가 대도로변인 점을 감안, 최소한 등하교시 교통대책과 원활한 체육수업을 위한 체육관 시설만이라도 갖춰주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당초 학부모들의 요구를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며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해당 학교장은 이설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을 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학부모들이 도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농성 움직임을 보이고 나서야 도교육청이 비로소 대화에 나섰고, 체육관 공사가 이뤄질 때까지 학교이설을 보류키로 했다.
이로 인해 내년 3월 예정이던 가칭 제성초교의 개교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제성교 개교가 늦춰지더라도 전혀 관계없다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기왕에 과밀학급이 한 두 해 더 지속된들 어떠냐는 식이다. 그럴거면 제주서중 이설은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도교육청이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제주교육의 백년대계를 세우고 있는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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