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 위치한 모 중학교가 이달 말 새 학교로 옮겨갈 예정이다. 새 학교는 기존 위치에서 큰 도로 건너 직선거리로 한 200m쯤
떨어진 곳이다. 왜 그렇게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일까. 뭐 어쨌든 새 학교로 가게 되면 새로운 시설과 깨끗한 환경을 갖추게 돼 환영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이게 그렇지가 않다.
우선 이 새 학교라는 것이 당초 신설되는 초등학교용으로 공사가 시작돼 중학생용
시설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신설되는 초등학교가 이 곳에 들어서게 돼 있었다. 그런데 학교 위치가 차가 많이 다니는 대도로변이어서
초등학생은 위험하기 때문에 기존 중학교 터와 학교를 바꾸게 됐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에 초등학생은 걱정되고 중학생은 괜찮다는 논리다. 교육청의
어떤 분의 발상인지는 몰라도 어처구니없다. 이렇게 해서 초등학교 터와 중학교 터가 바뀌게 됐다.
이러다 보니 초등학교용으로
지어진 학교 운동장이 터무니 없이 작다. 기존 학교 운동장의 절반밖에 안된다. 운동장 직선거리가 50m나 될까? 그러다보니 중학교 전교생
1,600여명이 모이면 운동장이 빈틈없이 꽉 찰 지경이다. 교실 크기도 당연히 중학생용 보다 작다. 적정 교실 수도 모자라 특기적성교실은 엄두도
못낸다고 한다.
기존 학교에는 수영장도 있지만 새 학교에는 없다. 새 학교이지만 기존 학교에서 쓰던 책·걸상 등 모든 비품들을
옮겨야 한다. 새 학교에 들어가는 비품은 초등학생용으로 제작돼 신설 초등교에 제공되기 때문이다. 황당한 것은 새 학교의 급식실 인근에
하수분뇨처리장이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다. 더 황당한 것은 학교를 옮길 때 학생들 개개인이 자기 책걸상을 들고 옮기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문제는 학교측이 이사업체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 시기도 여름방학중이다. 새학년부터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여름방학중에 이사토록 한 것은 2학기중 기존 중학교 교실을 초등용으로 리모델링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중의 비용이 들게 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당초 예정대로 신설 초등교가 새 학교에 자리잡았다면 리모델링 비용은 들 필요가 없었던 터이다. 중학교의 이설비용도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교육행정으로 국민들의 혈세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또 어처구니 없는 것은 학교 이설 문제가 제기될 때도
학교 측은 학부모 측과 상의 한마디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청의 지시에 교장이 무조건 "예! 예! " 한 것이다. 이 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이 새 학교의 문제점을 제시하며 학부모들이 이설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설 반대 움직임에 나서자 학부모들을 회유할 뿐 아니라,
교실을 돌면서 학생들에게 새 학교에 가면 좋다며 감언이설로 꼬드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새 학교의 문제점을 알게 된
학부모들이 이설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런 모든 악조건을 감수하고 학생들의 통학시 안전문제 등을 위한 육교 혹은 지하도 설치, 체육관 설치,
냉난방비 지원 등을 교육청 측에 요구했다. 다른 어느 지역같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학교 학부모들은 이왕 가기로 결정된 것이라면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자녀들의 안전과 쾌적한 수업 등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 조건을 내건 셈이다. 그러나 교육청 측은 콧방귀만 뀔 뿐이다.
대책위는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유없이 거부당했다. 요즘 시대에도 이런 교육감이 있는지 정말 황당하다.
학부모 대책위는
도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이설반대 및 등하교 거부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교측은 방학후인 이달 27일
이사를 하기 위해 용역업체와 이미 계약도 체결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도 학부모를 무시하고 교육청과 학교가 독단적으로 행하는 이런
후진적인 교육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